中·日 해양경비력 증강 경쟁…해경 해체한 우리는

입력 2017-01-30 07:00
中·日 해양경비력 증강 경쟁…해경 해체한 우리는

해양수산개발원 "대응능력 약화…해양주권 지킬 새로운 해양경비 모델 마련해야"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영토 분쟁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이 격화하면서 중국과 일본이 해양경비력 증강 경쟁에 나서고 있어 우리나라도 해양주권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해양경비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30일 '중·일 해양경비력 강화에 따른 전략적 대응 필요'라는 보고서에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도서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주변국 간 영토 분쟁이 국제사회의 중대한 이슈로 대두했고 대립이 격화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밝혔다.

영토 분쟁이 군사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어 중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분쟁 당사국들은 군사조직보다 주변국을 덜 자극하는 해양경비조직을 활용해 해양주권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중국 등은 새로운 조직의 창설이나 정비를 통해 해양관할권의 집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준군사조직화하는 등 경쟁적으로 해양경비력을 늘리고 있다.

중국은 2013년에 해양국, 농업부, 공안부, 세관의 관련 조직들을 한데 모아 '해경국'을 창설하고 헬기 착륙장까지 갖춘 세계최대 규모의 해경 함정 2척을 배치하는 등 무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맞서 지속해서 장비와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1천t급 이상 해경 함정 보유 현황을 보면 중국은 2014년 82척에서 2015년 111척으로, 일본은 같은 기간 54척에서 62척으로 각각 늘렸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32척에서 34척으로 늘리는 데 그쳤다.

해양수산개발원은 우리나라 해양경비 문제점으로 해양경찰 해체로 말미암아 해양경비 기능이 약화한 것을 먼저 꼽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을 해체하고 해양경비와 구조 및 구난 기능은 국민안전처로, 수사권은 육상경찰로 분산시켰다.

이후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이 서해에 그치지 않고 동해로까지 퍼져 해양경비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해경 고속단정이 중국어선에 의해 침몰하는 등 해양주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해양경비력 강화에 대응하고 해양주권을 지키기 위해선 현재의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비본부 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해양수산개발원은 주장했다.

해양영토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변 정세를 고려할 때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해경경비본부-국민안전처를 거쳐야 하는 보고체계 때문에 신속한 대응에 한계가 있고 예전과 거의 같은 기능을 하면서도 조직의 위상이 낮아져 사기가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일본이 해양경비력이 증강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해양경비력은 조직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저하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한중일간 영토 분쟁과 해상경계 획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한 우발적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응할 세력의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양수산개발원은 중국, 일본과 해양경비 규모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면 우리 여건에 적합한 해양경비체제의 새로운 모델을 세우는 논의를 조속히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새로운 해경의 모델은 현장 대응력을 우선으로 하는 독립된 조직이어야 하며 임무수행에 부족하지 않을 적정 수준의 자원을 보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정을 비롯한 경비자원의 적정성을 검토할 때 단순히 관할 해역의 면적만 따질 게 아니라 남북한 대치 상황, 중국 불법 어선의 대량 침입, 영토와 해상경계 문제 상존 등의 특수한 환경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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