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 '속내'…韓소녀상 철거요구 vs 日아파호텔 위안부부정 두둔
"위안부·난징학살 부정 극우 책 비치는 민간의 일, 개입 안 해"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민간 차원에서 설치된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서는 철거를 요구하면서도, 자국 호텔 내 극우 서적이 비치돼 논란이 되는 것과 관련해선 민간호텔의 일이라며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일본의 저가 비즈니스호텔 체인 아파(APA) 호텔이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과 난징(南京)대학살 등 만행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우익서적을 비치한 것이 최근 문제로 지적된 가운데 일본 정부의 이중잣대가 분명해지고 있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부 부장관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아파 호텔 문제에 대해 중국 측이 반발하는 등에 대한 입장을 묻자 "중국 측 발언이나 보도에 대해선 일본 정부로서 하나하나 코멘트를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기우다 부장관은 "과거의 불행한 역사에 과도하게 초점을 두지 않고, 중일 양국은 국제사회가 직면하는 공통 과제에 미래지향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 극우) 서적의 배치는 저도 읽은 적이 없으므로 알 수 없지만, 민간호텔이 이런저런 고객 서비스의 일환으로서 둔 잡지 등등의 하나라고 생각하므로 그 속까지 정부가 들여다보고 둬서 좋은 건지 두지 말라든가 이런 것을 일본 정부로서 발언할 생각은 현시점에선 없다"고 밝혔다.
하기우다 부장관의 발언은 민간호텔에서 문제의 책을 비치한 것이니 일본 정부로서는 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는 지난 연말 자국의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와는 확연히 다르다.
한국의 민간단체가 설치한 소녀상에 대해 민간의 일이니 관영하지 않아야 마땅하지만, 일본 정부는 자국의 주한 대사 등을 소환한 것은 물론 그걸 이유로 한일 스와프 협상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6일 "한국 시민단체가 부산 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한 것은 한일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국 정부와 민간단체에 '위협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아파 호텔은 다음 달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열리는 동계아시안게임의 숙소로 지정돼 있는 탓에 동계아시안게임 조직위가 호텔 측에 문제의 극우서적을 치워달라고 요구했으나, 해당 조치가 실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호텔 측에 종교, 민족 등의 문제를 피해서 스포츠 이념을 바탕으로 하는 대응을 부탁한다고 전했다"고 밝힌 것으로 일본 언론매체들이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한국의 소녀상과 관련해선 재작년 말 위안부 한일 합의를 근거로 철거를 요구하는 등 강경 대응을 하면서 한국·중국을 크게 자극할 극우 서적을 비치해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선 민간호텔의 일이라며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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