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유출될라' 친러 트럼프 정부에 동맹들 정보공유 고심

입력 2017-01-24 11:24
'러시아에 유출될라' 친러 트럼프 정부에 동맹들 정보공유 고심

유럽국들, 잠재적국 러시아에 기밀 누출 우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친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통수권자로 취임하면서 지금까지 미국과 정보를 공유해온 동맹들이 정보공유를 계속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의 공세를 경계하고 있는 유럽 동맹들이 '미 정보기관에 정보를 넘겨주는 게 과연 안전한가'라는 아주 예민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우방과 적국이 혼재하고 때로는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하는 글로벌 '첩보업계'는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들어설 때마다 긴장을 늦추지 않았으나 트럼프의 경우 잠재적 적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데다 취임 전 중앙정보국(CIA) 등 자국의 정보기관들과 불화를 빚는 등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동맹들도 선뜻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미 관리들과 분석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이 친러 트럼프 행정부와 정보공유를 꺼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또 미국과 외국의 관측통들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즉석 의사소통 방식으로 인해 무심코 기밀 정보를 발설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우려는 자국 정보기관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의 권고를 무시할 경우 다른 나라들이 '무의미한' 정보 제공을 꺼리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정책을 조정할 경우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영국까지도 미국과의 정보공유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유럽 동맹들에는 미국 측에 정보를 제공할 경우 러시아 푸틴 정권만 이롭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사임한 존 브레넌 전 CIA 국장도 퇴임 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정보기관을 불신할 경우 동맹들은 물론 적국들에도 '신호'가 전달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의 전·현직 관리들은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예측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일부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정보공유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 고위 유럽 보안관리는 미국 측 정보기관들이 미국 정부의 신뢰성에 대해 어떤 언질과 보장을 주더라도 대부분의 유럽 정보기관들이 그들의 접근 방식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막강한 미 정보기관들도 대테러전에서 사이버 안보에 이르기까지 상당 부분을 외국 정보기관들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언어와 문화 장벽이 높은 지역들의 경우 외국 기관들과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북한 내부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한국 정보기관의 도움이 긴요하다.

바샤르 알 아사드의 시리아도 한때는 미국과 정보를 공유했으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의 명분을 얻기 위해 시리아가 제공한 정보를 누설하는 바람에 협력관계가 깨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출처가 알려지면서 시리아가 미국의 앞잡이로 매도되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공격 표적이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 사례를 교훈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라고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토마스 샌더슨은 지적했다.

샌더슨은 정보 제휴국들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정보의 출처와 방법이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자국 정보기관을 존중하지 않고 한편으로 세련되지도 못한 트럼프가 실수하지 않으리란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임 CIA 국장 지명자인 마이크 폼페오 의원은 앞서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외국 정보기관들과의 협력이 긴요함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은 자립할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CIA나 국가안보국(NSA) 등 핵심 정보기관의 고위 관리들 가운데 정치적 배경을 가진 인사들이 드문 것도 우려의 요인이 되고 있다.

대부분 전문 실무 요원들로 채워져 있고 이들은 트럼프가 러시아와의 관계증진 등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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