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 보이며 경찰관 사칭해 중국 여성과 동거하다 납치·성폭행

입력 2017-01-24 12:00
수갑 보이며 경찰관 사칭해 중국 여성과 동거하다 납치·성폭행

"신고하면 부모 죽이겠다" 협박도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경찰관을 사칭해 중국인 여성에게 접근, 동거하다가 이별을 통보받자성폭행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동거하던 중국인 여성이 헤어지자고 하자 납치해 모텔에 감금하고서 성폭행을 한 혐의(성폭력범죄특례법·경찰제복장비규제법 등 위반)로 강모(44)씨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2014년 12월 지인 소개로 중국인 여성 A(36)씨를 만났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강씨는 중국 여성들이 중국 경찰 '공안'인 남성을 선호한다는 점을 알고 경찰관인 척했다.

강씨는 A씨에게 가짜 수갑과 호신용 가스총, 무전기 등을 보여주며 환심을 샀고 둘은 동거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의심이 많은 강씨가 남자관계에 대해 계속 캐묻고 폭행까지 하자 2016년 11월 A씨는 이별을 통보했다. 강씨는 복수하기로 마음먹었다.

강씨는 "술 한잔 사주겠다"며 지인 박모(23·구속)씨를 끌어들여 이달 7일 A씨를 차량으로 납치했다. 이들은 A씨를 경기도의 한 모텔에 가둬놓고 수차례 성폭행했다. 반항하면 강씨가 유리컵 등으로 무차별 가격했다. 다리를 담뱃불로 지지기도 했다.

3일에 걸친 손찌검과 성폭행으로 A씨가 몸을 가눌 수 없게 되자 강씨 일당은 그를 한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했다. A씨는 뇌출혈 등으로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막으려고 병원 주변에 머물며 감시했다. "경찰에 신고하면 부모를 죽이겠다"고 협박도 했다.



그러나 피해 사실을 안 A씨 아버지가 용기를 내 서울경찰청이 운영하는 이주민범죄피해상담센터에 신고했다. 확보한 단서가 강씨 사진 한 장뿐이던 경찰은 병원에서 3일간 잠복한 끝에 강씨를 붙잡았다.

강씨는 초기에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의 끈질긴 추궁에 결국 실토했다.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을 때까지도 강씨가 경찰관인 줄 알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코뼈 골절과 뇌출혈 등으로 전치 4주 진단을 받았고,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라면서 "피해를 보고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못 하는 외국인이 있지 않은지 관련 첩보 수집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중국인이 많은 영등포구·구로구의 이주민 범죄 피해자를 도우려고 영등포구 대림동에 이주민범죄피해상담센터(☎ 02-700-6599)를 설치해 지난해 2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ah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