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까워' 빨래·기저귀 갈기 시킨 병원…폭행·수갑 동원

입력 2017-01-24 11:04
'돈 아까워' 빨래·기저귀 갈기 시킨 병원…폭행·수갑 동원

개원 전부터 계약서 위조로 불법 시작, 강화군·경찰 일제 점검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병원 운영비를 아끼려고 입원 환자들에게 빨래를 시키고 다른 환자의 기저귀를 갈게 한 원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강화경찰서는 23일 정신보건법 위반 및 사문서위조 혐의 등으로 강화군의 한 병원장 A(45) 씨와 병원 사무장 B(55)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환자 폭행 및 강제추행 혐의로 요양보호사 C(49) 씨를 구속하고 다른 요양보호사 D(33)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병원장 A 씨 등 2명은 2015년 9월께 병원 설립 허가에 필요한 세탁물·폐기물 처리 계약서를 위조해 강화 보건소에 내고 같은 해 11월 개원 허가를 받은 혐의다.

이들은 치매 노인 등 장기 요양 입원 환자 가운데 거동이 가능한 환자들에게 환자복 세탁, 배식, 다른 환자의 기저귀 갈아주기 등의 노동을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신보건법에 따르면 환자에게 의료나 재활 목적이 아닌 노동을 강요할 수 없다. 치료에 도움이 되는 때에만 공예품 만들기 등 단순 작업을 시킬 수 있고 그 내용을 작업치료일지에 기록해야 한다.

A 씨 등은 정신질환 환자를 결박하려면 그 이유를 기재해야 하지만 격리 강박일지나 진료기록부를 쓰지 않고 환자에게 수갑을 채웠다.

C 씨 등 이 병원 요양보호사 2명은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신질환 환자 2명을 주먹으로 5∼6차례 폭행했다.

C 씨는 지난해 5월 다른 여성 환자 1명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고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5차례 추행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퇴원한 환자로부터 "요양보호사가 다른 환자들을 결박하고 때렸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신고자는 "지적 장애가 있는 환자들이 폐쇄회로(CC)TV가 없는 병원에서 욕설과 폭력을 당하거나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굶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강화 보건소와 공조해 입원 환자 26명을 전수 조사하고 병원 관계자와 퇴원 환자들을 상대로 병원 운영 실태를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사한 사례가 있을 수도 있어 강화 보건소와 함께 군내 요양병원 등을 대상으로 일제 점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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