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가족 데리고 귀국하려는 지하디스트로 호주 '골치'
반군 위축에 상당수 귀국 움직임…부인·아이 등 부양 책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남성 스콧 코튼(27)은 수년 전 알카에다 시리아지부 격인 자바트 파테알샴(옛 이름 자바트 알 누스라)에 합류, 시리아 북부의 차가운 평원에서 지내고 있다.
코튼은 다른 외국의 많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처럼 현지 여성과 결혼해 2살가량의 딸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이미 이전의 결혼을 통해 아이를 여럿 두고 있다.
자신이 몸담은 반군이 정부군이나 러시아와 서방의 공격에 밀려 전세가 크게 불리해지면서 코튼은 호주로의 귀환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이미 부상을 했거나 조직으로부터 신임을 잃어 살해대상에 올랐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코튼의 사례처럼 신념을 앞세워 시리아로 몰려갔던 호주 출신 지하디스트 다수가 귀국을 계획하면서 호주 정부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이 24일 보도했다.
호주 정부가 이전에는 시리아로 빠져나가려는 호주인들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현지를 빠져나온 이들의 귀국에 대비해야 하는 처지라는 것이다.
호주 정부로서는 코튼이 죽거나 돌아오기라도 하면 최소한 그의 가족 몇몇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또 이들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할 수도 없다.
지난해 11월 호주 정부의 최고 수배범으로 이슬람국가(IS) 주요 조직원인 닐 프라카시가 교전 지역을 떠나 터키로 잠입하려다 체포된 일은 호주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것으로 발표되기까지 했던 프라카시는 성공적인 조직원 모집으로 지명도와 영향력이 있었고 IS 선전 영상들에 등장해 지지자에게 테러를 촉구하는 등의 이유로 미국 정부의 사살대상자 명단에도 올라 있었다.
프라카시와 같은 골수파가 이탈할 정도라면 일반 조직원들의 동요는 훨씬 클 수 있다는 것이 호주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호주 정보기관인 호주안보정보기구(ASIO)에 따르면 시리아와 이라크의 분쟁 지역에 있는 호주 어린이들은 70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호주인 부모가 분쟁 지역으로 데려갔거나 현지에서 호주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다.
이들 어린이는 호주 시민권을 부여받을 수 있으며 호주 정부가 제공하는 지원과 보호도 받을 자격이 있다.
한편, 호주 정부는 23일 코튼에게 체포 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확인하고 호주로 돌아오는 대로 체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튼은 외국의 분쟁지역 잠입죄가 인정될 경우 무기징역이나 25년 형을 받을 수 있다고 일간 더 쿠리어 메일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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