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예배·인사전횡 前축산물인증원장…법원 "해임 정당"

입력 2017-01-25 06:31
근무시간 예배·인사전횡 前축산물인증원장…법원 "해임 정당"

항소심 재판부, 원심 판결 깨고 원고 청구 기각…"기관장 직무수행에 지장"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근무시간 회의실에서 예배를 하고, 인사 전횡과 직무 태만 등의 이유로 해임된 전직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장이 억울하다며 소송을 내 1심에서 이겼지만 항소심에서는 패했다.



2012년 8월 축산물인증원장으로 취임한 조모(63)씨는 2년여 만에 이사회 요청에 따라 해임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축산물인증원은 해썹(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등을 심사하고 인증해 주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당시 축산물인증원 이사회가 식약처에 요청한 조 전 원장의 해임 제안서에 따르면 그는 2012년 12월 14일 오후 1시께 근무시간임에도 회의실에서 직원들과 예배를 했다. 또 소속 직원들에게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나올 것을 종용했다.

이게 사실이면 국가공무원법상 종교 중립의 의무 위반이 된다.

이사회는 조 전 원장이 조사·평가 결과를 지연 보고하고, 무자격자가 HACCP 인증 심사에 참여하도록 해 축산물 위생관리법 및 인증원 인사 규정도 위반했다고 봤다.

또 직원 채용·임용 절차 부적정, 직종 전환 시험·채용 부적정, 전보 인사 사전 미공개 및 전보 기준 위반, 감사부서 직원 자격 위반 등 각종 인사에서 전횡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노조 탈퇴를 거부한 직원들을 집에서 대기하도록 하고, 월급을 깎는 등 근로기준법 위반 의혹도 받았다.

결국 2014년 12월 해임 처분이 내려지자 조 전 원장은 이듬해 3월 식약처장을 상대로 해임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법정에서 "교회 방문은 축산물인증원 홍보를 위한 것이었고, 근무시간에 직원들을 강요해 예배를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한 뒤 "(나와 관련한)감사 결과에 대한 재심의 기회도 얻지 못했다"며 "해임처분은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조 전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무시간 예배를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강요나 평소 직원들에게 교회에 나올 것을 종용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이런 사실만으로는 종교 중립의 의무를 위반해 해임처분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사회가 지적한 상당 부분은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없다"며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이 사건 처분은 공익적 목적보다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너무 커서 징계권자에 맡겨진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재판장 신귀섭 청주지법원장)는 24일 이 소송의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조 전 원장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의 행동을 종교 중립의 의무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기관장의 '충실 의무' 규정을 담은 공공기관운영법에 저촉돼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히 1심 판결과 달리 조 전 원장에 대한 해임 요청 사유 중 상당 부분이 인정된다면서 "인사 전횡 등 위반 정도가 중한 것도 여럿 있어 기관장으로서의 직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있다고 판단되고, 해임처분으로 얻게 될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판결은 조 전 원장이 판결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 내로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으면 그대로 확정된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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