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文, 대세론 나올수록 말 신중해야…빅뱅, 기대해보라"
"사상누각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경제민주화 하겠나" 文에 직격
"탈당 권유하는 사람은 많아…내 지향하는 바 불가능해지면 판단할일"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임형섭 서혜림 기자 = "경제민주화를 사상누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경제민주화를 할 수 있겠나. 대세론 얘기가 나올수록 신중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2012년에 자신도 경제민주화를 강조하지 않았나. 그땐 무슨 생각으로 그런 얘기를 하고, 이제 와서 경제민주화를 사상누각이라고 하나"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며 대세론을 형성한 것에 대해서도 2002년 당시 '이회창 대세론'에 비유하며 "지금 대세론은 별로 의미가 없다. 오히려 대세론 얘기가 나올수록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 시대의 첫차를 타려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지, 구질서에 있으면서 어떻게 첫 차를 타겠나"라며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고 새 시대를 만들겠다거나 국가를 리세팅한다는 말은 허구적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가 대선 전 개헌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선 전에 하더라도 2020년에나 적용되는데, 그다음에라도 대통령이나 총리를 또 하면 되지 않나"라며 "정치적 결단만 내리면 한 달 안에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는 "정치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비패권지대의 성립이 가능하다"며 정계개편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김 전 대표는 "제가 비패권지대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대권도전을 선언한 사람들이 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뭔가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더는 특정인을 킹으로 만드는 역할은 안하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킹메이커'를 뛰어넘는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치권 빅뱅' 가능성에 대해서는 "빅뱅이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기대해 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다음은 김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 대선 일정과 구도를 어떻게 전망하나.
▲ 빠르면 5월에도, 그렇지 않으면 6월 말에 치러질 수도 있다. 헌재의 판단과 관계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4월 말이면 그만두겠다고 발표하지 않겠나.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말을 들어보면 자숙하는 의미에서 여권에서는 후보를 안 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점에서는 정권교체, 정치교체 등은 하나의 수사에 불과할 수 있다. 세력 대 세력의 싸움이 된다면, 각종 부분의 개혁을 누가 설득력 있게 국민에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이뤄질 수 있다.
인물 구도는 초기엔 다자구도가 되겠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대선 하루 이틀을 앞두고 일대일 구도가 될 수도 있다.
-- 지지하는 주자가 있나.
▲ 이런 얘길 하면 건방지다는 얘기도 듣지만, 최적의 후보감이 사실 없다. 차선도 없고 차차선이라도 뽑아야 한다.
그런 사람이 있더라도 지지표명은 할 수 있지만, 누누이 얘기했듯 특정인을 킹으로 만드는 역할은 안하겠다.
-- 킹메이커를 안한다는 말이 미묘하게 해석된다.
▲ 내가 믿었던 사람들에 대해 전부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
-- 3년 임기 단축 공약을 내걸고 대선에 도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상상에 맡긴다. 더 이상은 답변을 안하겠다.
-- '문재인 대세론'이 계속되고 있다.
▲ 2002년 대선 때에도 당시 이회창 후보는 지지율이 45%까지 갔고, 당내 경선에서도 이인제 후보가 33%나 됐다. 그때 노 전 대통령은 1.5%에 불과했지만 내가 만나서 "이번에 당신이 대통령이 될 거니까 열심히 하자"라고 그랬다.
지금 대세론은 별로 의미가 없다. 오히려 대세론 이야기가 나올 때 더 신중하게 말 선택을 잘해야 한다. 괜히 다른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는 말을 해선 안된다.
일례로 문 전 대표가 "정치적 민주주의라는 토대 없이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건 사상누각"이라고 한 적이 있다. 누가 메시지를 써줬는지 모르겠지만 무식한 사람 같다. 정치민주화와 경제민주화의 관계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문 전 대표도 2012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얘기했는데, 그땐 무슨 생각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건가. 문 전 대표로선 해선 안되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민주화를 안 해 저렇게 됐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경제민주화를 깡그리 무시하고 재벌과 엉켜서 이렇게 된거다. 사상누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경제민주화를 할 수 있겠나. 새시대의 첫차를 타겠다고 하는데, 구시대·구질서로 어떻게 새시대의 첫차가 되겠나. 구체적 안이 없이 국가를 리세팅하겠다라고 하는 말이 다 허구적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문 전 대표는 이번 8·27 전당대회에서 패권으로 당을 구성해버려 비패권지대 구현이 당내에서는 불가능하게 되지 않았나. 실망스럽다.
'문자폭탄' 사태를 두고 문 전 대표가 "공인이라면 그런 문자를 받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럼 본인 스스로도 그걸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 일관성 없는 얘기를 하니 긍정적 반응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 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은.
▲ 선거를 해봐야 안다. 지금 지지율을 잘 보존할지 모르는 문제다. 미국에서도 힐러리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섰다가 선거 후 SNS에서 난리가 났다.
-- 정치권 '빅뱅'이 있을까.
▲ 빅뱅?(웃음) 기대해보라. 빅뱅이 나타날지 아닐지.
정치현상이란 것이 항상 일정하게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남은 기간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 아니겠나.
정권교체니 정치교체니 다 부질없고, 나라를 개조하는 일을 해결할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이 선출되지 않겠나. 유권자들이 굉장히 성숙하다.
-- 김 전 대표가 직접 움직일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 민주당 사람이 어떻게 빅뱅을 하나. (웃음)
-- 김 전 대표의 2월 탈당설이 나오는데.
▲ 나한테 문자로 탈당하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 궁극적으로 가서 이 당에 운용하는 방식 탓에 내가 지향하는 바가 실현 불가능해지면 판단할 일이다. 미리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 '비패권지대'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 무조건 가까운 사람들로 하는 것이 패권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폐쇄적으로 가까운 사람 외에 다 배제하는 정치를 하다가 탄핵을 맞게 됐다. 지금도 대선캠프에는 '자리사냥꾼'만 몰리고 있다. 그런 운영을 더는 하지 말고 비패권 정치체제로 가야 한다.
내가 비패권주의를 스스로 형성한다고는 생각하지 말라. 지금 대권을 향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다 알아야 형성될 수 있다.
--연립정부·공동정부 이야기도 나온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여소야대를 피할 수 없다. 연정을 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권력을 쉐어(share·분점) 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안된다.
--대선 전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에는.
▲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선 전에 개헌하더라도 20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2020년에 가서 적용될 것이다. 스스로 3년 동안 치적을 남기면 그 다음에 총리도, 대통령도 할 수 있는 건데 대통령 선거 전에 안 하겠다는 것은 납득이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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