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유리지갑'인데 자영업자는?…건보료 개편 '걸림돌'
자영업자 소득파악률 높여야…복지부, 범정부 협의체 구성키로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정부가 17년 만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개편의 핵심 고리인 '소득파악률'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소득파악의 한계 등을 고려해 단계적 개편안을 제시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직장·지역가입자 구분없는 '소득일원화 개편'으로 가야 한다고 입장을 밝혀 소득파악률 제고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숙제가 됐다.
24일 보건복지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세무당국의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은 72.8%에 그쳤다.
소득 100만원 중 약 27만원은 세무당국에서 파악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유리 지갑'에 비유되는 직장인의 소득파악률 93.4%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낮다.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이 낮은 것은 사업소득이나 임대소득은 납세자가 직접 소득금액과 비용을 신고하도록 돼 있어 탈루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 소득이 자동으로 신고되는 것을 막기 위해 카드 대신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경우도 여전히 많다. 업무와 관련 없는 개인 비용을 사업비용으로 처리해 과세 소득 규모를 줄이는 '꼼수'도 여전하다.
건강보험공단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전체 지역가입자 757만 세대 가운데 50%는 공단에 연 소득이 0원이라고 신고하고 있다. 소득을 밝히는 50% 중의 절반은 연 소득이 500만원 이하라고 신고한다.
직장가입자 중에서도 월급 외에 올리는 이자 소득이 2천만원 이하이면 국세청은 건강보험공단에 소득 규모를 통보하지 않는다.
복지부 입장에서는 이 정도의 소득파악률로는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하는 단일체계를 만들기 어렵다.
소득을 숨기는 사람은 '무임승차'가 가능하고, 근로소득에서 보험료가 원천 징수되는 월급쟁이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개편안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집과 자동차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보험료를 매기겠다고 한 것도 소득파악률이 낮다는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다만, 소득파악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민간소비지출 중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이용비율이 2005년 42.9%에서 2010년 66.9%, 2014년 73.0%로 높아지는 등 소득파악 여건이 좋아진 탓이다.
소득파악은 보건복지부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차원에서는 할 수 없고, 범정부적 의지가 필요하다.
이에 복지부는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방법과 목표 기간 등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되지 않았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건보공단이 파악하는 소득은 진짜 소득이 아니기 때문에 소득파악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지지 않으면 형평성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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