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갤노트7 사태' 전화위복 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지난해 발생한 갤럭시노트7의 발화 사고 원인을 배터리 결함으로 결론지었다. 문제가 생긴 배터리는 삼성SDI와 중국 ATL이 만든 제품이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두 종류의 배터리에서 각기 다른 원인으로 소손(燒巽·불에 타서 부서짐)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며 갤노트7 본체에는 결함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는 스마트폰 20만 대와 배터리 3만 개가 사용됐다고 한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엑스포넌트, UL 등 해외 인증기관 관계자들도 삼성전자의 조사 결과와 같은 의견을 보였다. 물론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삼성전자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 사장도 "배터리 설계와 제조 공정상의 문제점을 제품 출시 전에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배터리 업체들에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한 것도 그런 취지인 듯하다. 결국 최종적인 책임은 삼성전자가 지겠다는 뜻이다.
작년 8월 출시된 갤노트7은 연이은 발화 사고로 대규모 리콜을 거쳐 단종됐다. 발화사고는 출시 엿새 뒤부터 국내외에서 동시다발로 보고됐다. 삼성전자는 사태 초기에 삼성SDI가 공급한 일부 배터리 불량을 발화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판매된 제품 250만 대를 전량 회수하고 대신 ATL 배터리 탑재 제품으로 무상 교환해주는 파격적인 리콜을 단행했다. 그러나 ATL 배터리가 사용된 제품에서도 발화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출시 70일 만에 갤노트7의 완전 단종을 결정했다. 삼성전자의 손실은 막대했다. 리콜과 재고 처리비용만 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상적으로 제품을 팔지 못한 것까지 따지면 추정 손실은 7조 원으로 늘어난다. 무엇보다 소비자 신뢰의 추락이 삼성에는 뼈아픈 타격이었다. 갤노트7의 발화 사고는 단순한 품질 불량을 넘어서 제품 안전성 문제로 우려를 낳았다. 현대인의 일상생활에 필수품과 같은 스마트폰에서 안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고강도 재발 방지책도 내놨다. 우선 배터리 안전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8단계로 구성된 배터리 검사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또 제품 기획 단계부터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 다중 안전장치를 적용키로 했다. 핵심 부품 설계와 공정 관리는 신설된 '부품 전문팀'이 맡는다고 한다. 충실한 제품 점검을 위해 차기작인 갤럭시 S8의 발표 일정도 늦출 계획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보면 삼성전자에는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제품의 안전성 보장은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기본 중 기본이다. 삼성전자가 갤노트7 사태로 떨어진 국내외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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