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 보복' 클래식까지 퍼지나…정부 "예의 주시"(종합)

입력 2017-01-23 15:28
중국 '사드 보복' 클래식까지 퍼지나…정부 "예의 주시"(종합)

김장수 주중대사, 중국측과 연쇄 접촉해 관련 논의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진방 특파원 = 한국 클래식 음악가들의 중국 공연이 잇달아 취소 위기에 놓이자 한국 정부가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성 조치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나섰다.

중국은 이미 한류 연예인 출연 금지, 롯데그룹 세무 조사,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 규제, 한국행 전세기 불허 등의 한한령(限韓令) 조치로 압박하고 있는데 이제는 순수 예술 분야까지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23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최근 조수미씨와 백건우씨의 중국 공연 지연 또는 취소 사태와 관련해 사드 관련성에 대한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고위 소식통은 "한국의 음악가 조수미씨와 백건우씨의 중국 비자 발급이 안 되거나 지연되고 있는데 이를 사드와 관련성이 없다고 하는 것에 의문이 간다"면서 "백건우씨는 구이저우(貴州) 성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는데 중국 사람으로 교체됐다"고 말했다.

행사 주최 측은 이에 대해 "비자 발급을 위해 초청장 등을 다 보냈는데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제때 입국을 못 한다고 해서 부득이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이 소식통은 "조수미씨는 순회공연이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면서 "사드 때문이 아니라는 증거를 잡기 어렵다. 다만 다른 문화교류 행사나 지방에서 열리는 한류 스타 팬 미팅 등은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행 관광객 20% 감축, 전세기 운항 중지 등은 직간접 보복 조치의 현실"이라면서 "지금까지 발생한 다양한 차이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한·중 경제 협력 패러다임을 재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라노 조수미는 오는 2월 19일부터 광저우·베이징·상하이로 이어지는 중국 투어 공연을 위한 비자를 신청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비자 발급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한국 대표 피아니스트 백건우 역시 오는 3월 18일 중국 구이양(貴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취소됐다.

국내 클래식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정확한 사유는 모르지만, 백건우 선생님이 '사드 문제로 중국 공연이 취소됐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이 오케스트라 홈페이지에는 이미 해당일 공연의 협연자로 다른 여성 피아니스트를 소개해놓은 상태다.

이처럼 사드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성 압력이 커지자 한국 정부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김장수 주중 대사 등을 통해 중국 외교부 관계자들을 만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다보스 포럼에서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고 천명한 점을 언급하면서 중국의 말과 행동이 다른 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김장수 대사는 지난 20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신년회에 참석해 중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를 만나 한·중 관계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며 지엽적인 것이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는 오는 24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주최하는 신년회에도 참석하고 별도로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회동하는 등 한·중 관계에 대해 긴밀히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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