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국산 계란 구매 소비자들 "싱싱하면 좋겠어요"
"먹어보고 괜찮으면 더 살 것" vs "우리 것이 더 좋아" 의견 다양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비행기 타고 왔지만 싱싱하면 좋겠네요."
미국산 수입 계란이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한 23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소비자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롯데마트는 한판(30개)에 8천490원이라는 가격과 함께 '미국 농무성 기준에 맞게 엄선한 신선한 계란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밀한 안전검사 통과'라는 문구를 계란 진열대 앞에 적어두고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장을 보러 온 고객들은 기존 국산 계란과는 다른 흰색 계란에 큰 관심을 보였다.
용산구 청파동에서 장을 보러 온 최정자(62·여)씨는 이날 이 점포에서 처음으로 미국산 계란을 고른 주인공이 됐다.
최씨는 "미국산 계란은 처음 사보는데 아직도 가격 폭등 전 국산 계란보다는 비싸다"며 "사이즈는 큰 차이가 없는 듯한데 맛은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못 먹는 것을 수입하진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먹어보고 괜찮으면 더 살 의향이 있는데 혹시 비린내 나거나 하면 앞으로 안 살 것"이라고 전했다.
최씨 이후로도 계란을 사러 온 고객들은 국산보다는 미국산 진열대 앞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냈다.
서대문구 대현동에서 온 양현녀(76·여)씨는 미국산 계란을 꼼꼼히 고르더니 옆에 서 있던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에게 "계란이 싱싱하냐"고 묻기도 했다.
양씨는 "사실 계란이 국내산도 싱싱하지 않은 것이 있다"며 "수입산도 싱싱한 것을 들여왔으면 한다"고 바랐다.
부인이 맛을 보고 싶다며 미국산 계란을 사 오라고 했다는 박재웅(72)씨는 "우리 동네 청파동 슈퍼마켓에서는 한판에 1만3천∼1만4천 원 하는데 8천 원대니 좀 싸다"며 "비행기 타고 2∼3일 만에 왔을 테니 신선도는 괜찮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산 계란을 보고 옛날 생각이 난다며 미소를 지은 전임중(56)씨도 "1980년대까지 하얀 계란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라지고 갈색 계란이 나오더라"고 돌이켰다.
전씨는 "싸게 사오면 좋으니 미국 말고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도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이 마트에서 국산 계란 한판은 판매하지 않고, 그다음으로 많은 15입(왕란)짜리도 가장 저렴한 것이 4천980원이다.
하지만 이와 관계없이 국내산 계란을 고르는 고객도 많았다.
국산 계란을 고른 A(여)씨는 "수입산의 안전을 의심한다기보다 아무래도 우리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국산을 골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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