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민항총국장 사망에 직접 빈소 찾아 애도(종합)
강기섭 총국장에 "일욕심 많던 혁명전사" 살갑게 추모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파격' 조의…'비행기 사랑' 인연 작용한듯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최근 사망한 강기섭 민용항공총국 총국장의 빈소를 직접 방문해 애도를 표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민용항공총국 총국장인 강기섭 동지의 서거에 즈음하여 1월 22일 고인의 영구(시신을 담은 관)를 찾으시여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하시였다"고 밝혔다.
통신은 김정은이 '귀중한 혁명 전우를 잃은 비통한 심정'으로 강기섭의 영구를 돌아봤다며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보내는 것이 너무도 가슴 아프시여 오래도록 격한 심정을 누르지 못해 하시였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시신의 얼굴을 쓸어보며 "강기섭 동무는 일 욕심이 많고 사업에서 도식을 모르며 침착하고 책임성이 높은 우리 당에 무한히 충직한 혁명전사"라고 추모했다고 통신은 밝혔다.
통신은 강기섭에 대해 "중요 비행임무를 책임적으로 수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제, 국내 정기항로 운영을 성과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우리 당과 국가의 대외적 권위를 높이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조문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리명수 군 총참모장, 김용수 당 중앙위원회 부장,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동행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1면에 김정은이 숨진 강기섭의 뺨을 어루만지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을 기사와 함께 실었다.
김정은이 사망한 고위 간부의 빈소를 직접 방문한 것은 지난 2015년 12월 교통사고로 숨진 김양건 노동당 대남 담당 비서 이후 처음이다.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 신분인 강기섭은 그다지 서열이 높지 않은 인사로 평가된다. 북한 매체들은 앞서 그의 사망 사실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도도 하지 않았다.
이런 인사의 빈소를 김정은이 직접 찾은 것은 이례적으로, 지난해 5월 당 중앙위 위원인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사망했을 때는 조화만 보낸 것과 대조적이다.
강기섭에 대한 김정은의 파격 예우는 그의 유별난 비행기 사랑과 이에 따른 '개인적 인연'이 배경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민용항공총국은 북한 유일의 항공사인 고려항공을 운영하는 등 민간항공 부문을 관장하는 기관으로, 강기섭은 2005년 또는 그 이전부터 이 기관의 총국장을 맡아 온 것으로 보인다.
민항 총책임자인 강기섭이 평소 비행기를 이동 수단으로 애용하는 김정은의 안전을 지근거리에서 챙길 기회가 많았고, 이 과정에서 김정은의 눈에 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사람은 제대로 챙긴다는 것을 고위 당·정·군 인사들에게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항공 분야 자체에 대한 김정은의 관심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강기섭은 2014년과 2015년 김정은의 평양 순안국제공항 2청사 건설 및 완공 현장 방문을 수행한 바 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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