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팬택 사태 이후 외면받는 워크아웃
'제 살기 바쁜' 은행들, 부실기업 신규 자금지원 회피
버티거나 차라리 법정관리 택하는 기업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워크아웃 회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2014년부터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기업구조조정 제도의 이해'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까지는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기업들이 100%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2009년에는 C등급 기업 중 87%, 2010년엔 88%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그러나 2011년 시행된 3차 기업구조조정촉진법부터 기업이 직접 워크아웃을 신청하도록 제도가 바뀌며 C등급 기업의 신청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채권은행들이 모여 공동관리 개시를 결의하면 바로 워크아웃 절차를 시작할 수 있었다.
C등급 기업의 워크아웃 신청률은 2011년 73%, 2012년 55%, 2013년 47%로 하락하다가 2014년엔 33%로 떨어졌다. 작년 신청률은 38%다.
제도 변화에 경남기업과 팬택 사태가 맞물렸다.
휴대전화 제조사 팬택은 두 차례 워크아웃을 거쳤지만 2014년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세 차례에 걸친 매각 시도가 무산되며 청산 위기에 몰렸다.
고(故) 성완종 회장이 이끌던 경남기업은 1998·2009·2013년 세 차례 워크아웃을 겪었지만, 특혜 의혹과 정치개입 논란 등을 남기고 2015년 3월 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워크아웃이 정치적 로비에 따라 결정되는 등 불투명한 점이 있다 보니 채권은행들이 점차 꺼리게 됐고, 워크아웃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졌다"며 "살아날 것 같지 않은 기업들에 억지로 신규 자금을 지원했다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정권→금융당국→채권단→기업'으로 이어지는 개입을 거쳐 워크아웃이 진행될 경우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자금만 들어갔다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채권은행들은 이제 워크아웃을 꺼린다.
이자이익이 줄어든 데다 부실기업에 대한 대손충당금이 증가해 은행들 수익성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이 필요한 신규 자금 지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대기업의 경우 구조조정 대상이 되면 잃는 것이 많기 때문에 채권은행이 적극적이지 않다면 위기가 턱밑까지 차올라도 최대한 버틴다.
워크아웃을 통한 신규 자금 지원을 못 받을 바에야 채권은행 간섭에서 벗어나 채무조정이라도 확실히 받는 게 낫다고 보고 법정관리를 택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은 모두 936곳이었다. 2012년 803건, 2013년 835건, 2014년 873건, 2015년 925건 등으로 증가세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과거에는 워크아웃을 무분별하고 불투명하게 사용하다 보니 은행들이 부실기업을 계속해서 지원해 구조조정이 지연됐다"며 "워크아웃이 효과적이지 않을 것 같다면 빠르게 법정관리로 가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감소가 꼭 부정적이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김동환 연구위원은 "앞으로 C등급에 가기 직전에 있는 기업들은 워크아웃보다는 원샷법(기업활력제고법)을 이용하려 할 것"이라며 "원샷법이 부실기업 연명 수단으로 오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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