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도 동참한 전 세계 反트럼프 여성행진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반대해 전 세계에서 잇따른 여성행진에 개들도 동참해 '짖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2일(현지시간) 전했다.
개 주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 기간에 썼던 개와 관련한 저속한 표현이나 그의 스캔들 문구, 여성 비하 발언 등을 새긴 천을 개에게 입혀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내 성기(pussy)에 발톱과 법을 대지 마라", "가부장제에 반대하는 강아지들", "진짜 개는 성기를 움켜쥐지 않는다" 등 대선 캠페인 때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된 이슈들을 비꼰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 캠페인 때 '액세스 할리우드' 진행자인 빌리 부시에게 "당신이 스타라면 여성들의 그곳을 움켜쥘 수 있다"(Grab them by the pussy)라고 말한 음성이 담긴 2005년 NBC 테이프가 유출돼 곤욕을 치렀다.
작년 3월에는 낙태한 여성을 처벌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의 인종차별적 태도를 비꼰 "나는 혐오스러운 잡종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내건 테리어도 있었고 그가 작년 3차 대선후보 TV 토론 때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했던 "역겨운 여자(Nasty Woman)"를 "역겨운 암캐(Nasty bitch)"라 바꾼 천을 걸친 개들도 사진에 담겼다.
당시 트럼프의 "역겨운 여자" 발언은 명백히 '암캐'를 뜻하는 욕설이었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된 여성행진에서 자주 눈에 띄는 키워드는 '암캐'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8년 한 연설에서 부시 정권의 국무장관을 지냈던 콘돌리자 라이스에 대해 '사랑스러운 여성이지만 나는 '암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게 대선 때 다시 논란이 됐다.
오바마 정부의 국무장관이었던 존 케리도 워싱턴 DC에서 열린 집회에 골든 래브라도 리트리버 '벤'을 데리고 참가했다. 벤은 플래카드나 천은 걸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당신이 세운 벽에 ×을 싸겠다"고 쓴 천을 걸친 개도 있었다.
해킹 논란, 친러 성향을 비판한 "푸틴의 푸들", "이 암캐는 화가 났어요" 등 표현도 있었다
가디언은 개들이 집회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고 전하면서 '개는 주인이 데려왔기 때문에 온 것이지 인간의 생각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한 참석자의 페이스북 글을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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