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5·18 선동은 '낭설'…CIA 문건으로 철퇴 맞나(종합)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김일성은 남한에 위협이 되는 어떤 행동도 전두환을 돕는 결과를 가져올 것을 알고 있다. 북한은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당시 미국이 보여준 공군과 해군의 파워에 겁을 먹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의 군사적 동향을 기록한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1급 비밀(Top Secret) 문건 중 일부 내용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한국시각으로 지난 19일 전자도서관을 통해 공개한 해당 문건은 '5·18은 북한군이 침투해서 일으킨 폭동'이라는 주장에 일침을 가하는 결정적 증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5·18은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 신군부가 1980년 5월 민주주의를 요구한 시민을 광주와 전남 일원에서 무자비하게 학살한 사건이다.
올해는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의 학살 책임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난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희생자들이 잠든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 조성을 끝낸 지 20년째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37주년을 앞둔 5·18은 1980년 5월 21일 오후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명령자 규명과 당시 행방불명자 암매장지 발굴 등 여러 미해결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북한군 개입설은 지만원(75)씨 등 일부 세력이 최근에 시도한 역사적 도발로 5·18 미해결 과제는 아니다.
이는 5·18 희생자 시신이 담긴 관을 '홍어 택배'로 조롱한 인터넷 게시물과 같은 성격으로 봐야 한다.
지씨는 2015년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광수들이 1980년 5월 광주에서 폭동을 일으킨 대가로 북한에서 요직을 차지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5·18 영상기록물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던 탈북자의 발언에서 '광수(북한특수군을 지칭하는 비공식 용어)'라는 명칭이 생겨났다.
5·18 단체는 지씨가 현재까지 '광수 ○호'라는 방식으로 지칭한 5·18 당사자가 1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승용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해 공개한 논문 '5·18민주화운동 왜곡의 심화: 분석과 대안'에서 "해명이 아닌 항쟁의 이해를 높이는 진실규명으로 왜곡에 대응해야 한다"고 서술했다.
오 교수는 "5·18의 전국화라는 목표로 소통과 연대의 확장"과 "집단극단화를 해결하는 최후의 수단으로서 사법정의 호소"도 사이버 공간에서 기승부리는 왜곡 세력에 맞서는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박지원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대표발의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신문·방송이나 각종 출판물,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5·18을 비방, 왜곡, 날조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 등을 포함시켰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5·18 단체는 지씨와 뉴스타운 등 5·18 왜곡 세력을 상대로 제기한 민·형사 소송 담당 재판부에 미 정부 기밀해제 문건을 증거자료로 제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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