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수병들 헌혈증 233장 소아암협회에 기증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충남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함께 근무하는 수병들이 설을 앞두고 지난 1년간 모아온 헌혈증 233장을 백혈병과 소아암 투병 어린이들에게 써달라며 기증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2일 해군에 따르면 해군정보체계관리단의 합동생활관에서 군 생활을 하는 수병 200여 명은 최근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헌혈증 223장을 전달했다.
해군본부 참모부·실과 직할부대 등에서 근무하는 수병들은 근무하는 곳은 서로 다르지만, 일과시간 이후에는 함께 생활하며 전우애를 다지고 있다.
이들의 선행은 지난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역을 앞둔 몇몇 수병들이 한 장, 두 장 헌혈증을 생활지도관들에게 전달하며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써 달라"고 부탁하면서 시작됐다.
합동생활관장 이진영(50) 준위는 "전역하는 수병들이 맡긴 헌혈증을 의미 있게 사용할 방법을 찾고자 생활반장 등 30여 명이 참가하는 자치회의인 '등대지기 회의'를 개최했다"며 "매년 헌혈증을 모아 연말연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기증하자는 의견이 모이면서 본격적으로 헌혈증 기증 운동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해군정보체계단 합동생활관에서 2015년부터 시행 중인 '등대지기 회의'는 수병들의 자치활동 보장을 위해 매월 1회 개최된다. 군기, 교육, 위생, 건의사항 등의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 합동생활관장, 생활지도관, 생활반장 등 30여 명이 참가하는 회의체이다.
수병들은 부대에서 또는 휴가 중 틈날 때마다 헌혈을 했고, 1년간 233장의 헌혈증이 모였다.
이들은 기증할 곳을 찾고자 '등대지기 회의'를 개최해 소아암과 백혈병으로 투병하는 어린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만장일치로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헌혈증을 기증하기로 의결했다.
해군헌병단 박강욱(23) 병장은 "등대지기 회의를 통해 생명 나눔 운동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헌혈에 동참했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작지만 도움을 준다는 것 자체만으로 보람을 느끼고 있고 전역까지 얼마 남지 않은 군 생활이지만 계속 마음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헌혈증을 기부한 수병들은 한 달에 두 번 20명씩 충남 논산시 연산면에 있는 아동양육시설인 '계룡학사'를 찾아가 환경미화, 김장하기, 재능기부 활동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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