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속 태극기집회도…"탄핵시 폭동·혁명 일으킬 것"
"블랙리스트 만든게 무슨 잘못인가"…김기춘·조윤선 구속한 특검 비판
이재용 영장기각은 환영…김진태 의원 "경제보다 정의가 중요? 웃긴 놈들"
서울광장에 텐트 설치 "광화문 좌파텐트 먼저 철거하라"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이효석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13차 촛불집회가 열린 21일 서울 도심에서는 탄핵을 반대하는 단체들의 이른바 '태극기 집회'도 열렸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영하의 날씨에 함박눈까지 날렸으나 대한문 일대를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시민이 몰려 박 대통령을 응원했다.
한 쪽에 마련된 '대통령께 러브레터 보내기' 부스에서는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언 손을 녹여가며 정성스레 한 자 한 자 편지를 썼다.
'한번속지 두번속냐', '대한민국 지켜내자', '종편 폐지' 등 문구가 쓰인 방패 모양 피켓을 든 사람들 수십명이 눈에 띄었다. 이들 중 일부는 모형 창을 들고 투구까지 써 마치 '십자군'을 연상케 했다.
발언자들은 이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것에 대해서는 환영했다.
권영해 전 국방부 장관은 "판사가 종북세력의 협박에 못이겨 판단이 왔다갔다 해 정의로운 판사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판사에게 박수를 보낸다"면서 "헌법재판관들은 조작된 증거가 아니라 법과 진짜 증거에 따라 판결해 사법부의 권위를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좌파들이 조 판사 신상을 터니까 이번 판사는 겁이 나서 조윤선과 김기춘을 구속했다"면서 "세계적 기업 삼성(의 이 부회장)을 마구 구속하려고 안달이 났는데, 경제보다 정의가 중요하다는데 웃긴 놈들"이라고 말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헌법재판소가 촛불이 두려워 잘 못 판단할 수 있다"면서 "탄핵이 인용되면 그때는 폭동이 일어날 것이고 우리가 혁명 주체 세력이 될 것이다"라고 말해 참가자들로부터 커다란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보수논객 변희재씨는 "손석희(JTBC 사장)가 뉴스에서 한 번만 더 태블린PC 조작 얘기하면 소송을 하겠다고 했으나 내가 이번주에 기자회견까지 했는데 아직 소송은 커녕 항의전화 한 번 없다"면서 "이는 (태블릿PC 보도가) 조작이 맞기 때문이다. 오는 수요일 손석희(JTBC 사장)를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대다수가 중·장년층이었으나 10대, 2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이들은 플라자호텔, 한국은행, 숭례문, 중앙일보 사옥을 거쳐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한 뒤 계속 집회를 이어갔다. 행진에서는 3차로를 덮는 크기의 대형 성조기와 그 절반 정도인 태극기가 등장했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또 다른 단체인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도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대한민국을 적대하는 세력을 블랙리스트로 만든 게 왜 잘못이냐. 그런 김기춘과 조윤선을 왜 구속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대표는 "좌파 세력 막는 것은 대통령의 의무이며, 만약 블랙리스트를 안 만들었다면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을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서 5시께 대한문 앞으로 이동해 탄기국 집회에 합류했다.
탄기국은 이날 집회에 15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의 추산 참가 인원수를 놓고 매번 논란이 일자 최근 들어서는 추산 인원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소중한 시간과 정력을 바쳐 여기 나왔는데 언론은 (참가 인원수를) 허위 보도하고 경찰도 묵살하고 있다"면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제부터라도 숨기지 말고 추산 인원수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탄기국은 또 앞으로 노숙 농성을 하겠다며 서울광장에 텐트 24동을 쳤다. 이들은 탄핵에 찬성하는 단체들이 친 광화문광장의 텐트가 철거되지 않는 이상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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