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수 "우승 생각? 우리끼리는 말도 안 꺼내요"
(안산=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은 단골 '우승 후보'다.
주전과 백업이 골고루 탄탄하다는 이유로 매 시즌 개막 즈음에는 대한항공의 V리그 우승을 점치는 전망이 넘쳐난다.
그러나 실제로 대한항공이 정상에 오른 적은 많지 않다. 2010-2011시즌 정규리그 우승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은 없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 선수들은 우승 부담감을 늘 느끼게 됐다.
올 시즌은 다르다.
대한항공은 20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OK저축은행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누르고 선두 자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이날 경기로 대한항공은 3연승을 달렸고 4라운드를 5승 1패로 마치게 됐다.
경기 후 세터 한선수는 "좋은 성적이다. 선수들과 승패보다는 우리가 한 경기, 한 경기에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끝까지 열심히 하자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 그 점에서 이번 라운드는 우리에게 보상을 준다"고 말했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한 결과가 결국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났다.
그는 선수들과 일부러 우승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선수는 "선수들끼리는 다른 이야기는 나눠도 우승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코치진끼리는 우승을 이야기하더라도, 우리는 안 그런다"고 말했다.
우승은커녕 순위에 대해서도 대화하지 않는다면서 "다음 경기만 이야기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매 시즌 우승 후보가 돼서 우승 부담감이 제일 크다"며 "그래서 우승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선수들끼리 '한 경기만 열심히 하자', '이게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자'고 말하곤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6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뛰면, 결과는 따라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우승 강박 때문에 오히려 성적이 나오지 않았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대한항공 선수들만의 해결 방식이다.
한선수는 "지난 시즌까지는 우승 압박이 심했다. 그래서 흔들렸던 것도 많았다"며 "그래서 지금은 한 경기에 냉정하게 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선수들도 한 경기의 중요성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 한 경기를 끝까지 버티자는 말을 많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사고방식은 선수들이 피곤함을 이겨내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한선수는 "4라운드가 되면 모두 지친다. 저도 피곤하다"면서도 "한 경기만 끝까지 열심히 뛴다고 생각하면 좀 더 안 힘들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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