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진료' 김영재측, 靑에 '특허분쟁 해결' 민원 정황
김씨 부인, 정호성 前비서관에 전화…특검, 불법행위 가능성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전명훈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단골병원 원장 김영재씨 측이 개인 특허분쟁을 유리하게 이끌고자 청와대에 직접 민원성 전화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됐다.
김 원장은 한 중소업체와 특허를 둘러싼 분쟁을 벌였고, 상대 업체는 김 원장 측의 신고·고발 등으로 세무조사와 세관 조사, 검찰 수사 등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 원장 측이 모종의 영향력 행사를 도모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22일 사정당국과 의료기기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정호성(48·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는 김 원장 부인 박채윤씨가 자신이 연루된 특허분쟁 상황을 정 전 비서관에게 전한 내용이 담겼다.
앞서 검찰이 확보해 특검에 넘긴 이 녹음파일에는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 및 최씨 등 주변 인사들과 통화한 파일 236개가 들어 있다. 여기에 정 전 비서관과 박씨의 대화도 포함된 것이다.
박씨는 정 전 비서관과 통화에서 김씨 가족기업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의 의료용 실(봉합사)과 관련해 특허분쟁 진행 상황을 자세히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민간인이 청와대에 근무하는 대통령 부속비서관에게 전화를 건 사실 자체가 통상적인 상황이 아닌 데다 해당 비서관의 업무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특허분쟁에 관해 얘기한 점에 주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분쟁이 유리하게 끝날 수 있도록 신경 써달라고 민원을 넣은 게 아닌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김 원장 측과 특허 침해 문제로 다툰 의료기기 수출입업체 A사와 의료기기 제조사 B사는 2014년 4월 세관 특수조사과의 조사를 시작으로 세무·관세 당국과 사정기관의 연이은 조사를 받았다.
김 원장 측이 자사의 의료용 실 특허를 침해당했다며 관세법 위반 신고를 비롯해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탓이었다.
B사 대표 이모 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원장 측의 신고로 서울세관 특수조사과에서 나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허법 위반으로도 고발당해 서울중앙지검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해당 사건은 외사부에 배당됐다가 첨단범죄수사부로 재배당됐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고발인인 김 원장 부인 측이 지난해 10월 중순께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고발인 조사에 응하지 않아 사실상 더는 조사가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이씨는 부연했다.
김 원장과 A·B사 간 특허 분쟁은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이어 특허무효 소송으로 이어졌다. 또 특허권 침해를 둘러싼 민사소송은 2심이 진행 중이다.
A사와 B사 측은 이처럼 다양한 경로로 진행된 특허분쟁 과정에서 김 원장과 부인 박씨 측이 최순실씨나 정 전 비서관 등의 '빽'을 이용하려 했던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 회사의 중동 사업 진출에 부정적 의견을 낸 컨설팅업체의 대표 역시 지난달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국가정보원 사찰을 받고 가족회사가 세무조사에 시달렸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앞서 와이제이콥스메디칼 측은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김 원장이나 그 부인은 정 전 비서관을 모를 뿐만 아니라 연결고리도 전혀 없다"며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어떤 민원을 했다는 것인지 당혹스럽다"고 주장했다.
앞서 17일 김 원장을 소환 조사한 특검은 김 원장 측이 최순실씨와의 인연을 매개로 박근혜 대통령 진료에 관여한 데서 그치지 않고 최씨나 정 전 비서관 등을 접촉해 부당한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 등 불법행위 여부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김 원장은 공식 자문의가 아닌데도 '보안 손님'으로 청와대를 쉽게 드나들며 박 대통령을 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현재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김 원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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