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되고 부딪히고 깔리고' 제주 공사장 안전관리 비상
행정·노동 관계기관 안전대책 난무…"효과 없다"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전지혜 기자 = 제주 건설경기가 활기를 띠는 가운데 공사장 사고도 속출해 안전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20일 오후 4시 38분께 제주 서귀포시 람정제주개발이 진행하는 리조트월드제주 공사장 A지구 지상 1층 높이에서 철재 구조 거푸집이 파손되면서 5∼6m 아래 지하 2층으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거푸집 위에 있던 현장 근로자 오모(38)씨 등 8명이 같이 추락하면서 철재 구조물이나 시멘트 덩어리에 깔렸다가 사고 40여분 만에 모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제주에서는 올들어 도내 곳곳 공사장에서 각종 사고가 발생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9일 오전 10시께 서귀포시 법환동 분양형 호텔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대형 공구함이 15m 아래로 떨어져 4층에서 작업하던 강모(48·중국인)씨와 최모(50·〃)씨 등 2명을 덮쳤다.
강씨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최씨는 다리 등을 크게 다쳤다.
6일 오후 1시 49분 제주시 노형동 다세대 주택 신축공사장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던 박모(59)씨가 펌프카 붐대에 부딪혀 숨졌다.
4일 오후에는 제주시 월평동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김모(69)씨가 펌프카 밑에 설치된 회전축에 끼여 숨졌다. 같은 날 오전에는 서귀포시 상예동 중산간로에서 도로포장 공사를 하던 김모(72)씨가 덤프트럭에 깔려 숨졌다.
3일에는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청소년수련원 공사 현장에서 지상 6∼8m 높이의 가설물인 비계에 올라가 작업하던 황모(65) 등 3명이 추락해 크게 다치는 일도 있었다.
안전보건공단 제주지사의 산업재해 현황 분석에 따르면 제주 건설현장에서 재해를 당한 근로자는 2013년 1천188명(전체 근로자 16만1천816명·재해율 0.62%), 2014년 1천200명(18만5천281명·0.65%), 2015년 1천101명(19만8천12명·0.56%) 등 한해 1천명을 넘는다.
재해율이 지난해 기준 인천(0.61%)과 대구(0.60%)에 이어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3위를 기록했다.
공사장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5년 14명, 2014년 9명, 2013년 8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119구급대에 의해 이송된 환자만 320명으로, 전년(253명)보다 26.5%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제주에 건설현장이 증가하면서 무리하게 공정을 잡아 공사하다 보니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제주 공사 현장 수는 2015년 3만1천21곳으로 2014년 2만8천493곳에 견줘 8.1% 증가했다. 2012년 2만3천660곳에 비해 3년 만에 20.4% 늘었다.
지난해에는 서귀포시의 건축허가만 5천771동 168만8천270㎡로 전년 4천335동 116만9천754㎡보다 44.3%(연면적 대비) 증가했다.
최근 들어 사고가 속출하자 관계 기관과 행정당국도 공사 현장에 대한 지도감독과 안전교육에 부쩍 신경 쓰고 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와 제주지방검찰청은 제주 건설현장에 대한 특별 감독에 착수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3일 신화역사공원·영어교육도시 공사 현장을 찾아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안전관리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대형 공사장 안전사고 제로화를 목표로 대한산업협회와 월 1회 안전점검의 날을 운영 중인 서귀포시는 지난 6일 공사장 현장소장 등 200여 명을 불러 안전사고 예방 특별교육을 진행했다.
시는 월별·분기별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부주의 등에 의한 사고가 발생한 공사장에 대해서는 공사 중지 명령, 고발 조치 등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제주시도 지난 19일 공사장 안전사고 관련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는 고경실 제주시장과 담당 공무원,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 등 6개 직능단체, 노형동 드림타워 신축공사장 등 5개 시공업체 관계자가 참석해 안전사고 예방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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