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황에 번창하는 한탕주의…국가가 더욱 부추기나"

입력 2017-01-22 06:45
수정 2017-01-22 17:52
[단독] "불황에 번창하는 한탕주의…국가가 더욱 부추기나"

전문가들, 사행산업 성장에 우려…"중독 막아야"

"정부가 복권사업 주관하는 것은 문제 있다"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불황 속에 대부분의 분야에서 소비가 줄어드는 것과 대조적으로, 복권·카지노 등 사행산업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더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비례해 '대박, 한탕의 꿈'이 커지고, 국정 혼란 등 실망스러운 사회 현실 속에서 '위안'이 더 절실해지면서 나타나는 경제·사회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가 복권사업을 주관하는 등 국가가 오히려 한탕주의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2일 "경기가 좋지 않으면 현실의 어려움에서 잠시나마 눈을 돌리게 하는 사행산업이 오히려 인기를 끄는 경향이 있다"며 "경제가 나빠지고 생활이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요행을 바라면서 로또 등 사행산업에 기댄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로또는 노력의 결과가 불확실할 때 운에 기대려는 심리가 작용해 많이 팔리는 것"이라며 "사회 전체가 불안해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니 열심히 살기보다 '한탕'에 기대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곽 교수는 또 "경기가 안 좋을수록 큰 소비는 줄고 소소하게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작은 소비가 늘어난다"며 "불황 때 립스틱이 잘 팔리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인데 로또나 복권을 사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한 사행산업 전문가도 "최근 사행산업 중에서도 비교적 베팅에 지식이 필요하고 경주를 지켜봐야 하는 경마·경륜보다 복권이나 카지노 등 매우 단순하고 초보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종류가 더 호황"이라며 "그만큼 불황에 '쉬운 대박' 노리는 사람들이 계속 새로 합류한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경기를 타지 않는 사행산업의 특성을 '중독성'으로 설명하는 견해도 있었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도박은 술, 담배 등과 마찬가지로 중독성 때문에 수요가 크게 줄지 않고 가격에 비탄력적"이라며 "경기가 나쁘다고 쉽게 금연하지 않는 것처럼 카지노 등 도박도 쉽게 끊지 못하기 때문에 제조업 등 다른 산업보다 불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사행산업은 불황이 지속되는 한 계속 번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신광영 교수는 "사행산업의 인기는 결국 경기가 좋아져야 사그라질 것"이라며 "정부가 불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다양한 재정 정책을 쓰고 있음에도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행산업 확장이 단순히 불황의 특징적 사회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중독자 양산'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행산업 전문가는 "이렇게 사행산업이 커지고 참여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중독자도 양산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중독자가 늘면 오히려 불황보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더 큰 손실"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따라서 현재 국가가 사행산업감독위원회를 운영하는 취지대로, 정부는 사행산업을 더 면밀히 감독하고 더 적극적으로 중독자 치료 등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행산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로또사업 등을 주관하면서 오히려 국가가 사행심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직장인 신 모(44.서울 본동)씨는 "복권 판매로 조성된 기금을 로 공익사업에 사용한다지만, 애초부터 정부가 복권을 주관해 국민이 확률 낮은 꿈을 꾸게 하고, 돈을 쓰게 만드는 일이 근본적으로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kamj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