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 '천사의 손'…20년째 토요 물리치료 봉사
의왕시보건소 물리치료사 한상덕 씨
(의왕=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의왕시보건소 물리치료사 한상덕(53ㆍ의료기능직 8급)씨는 매주 토요일이면 아픈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물리치료 봉사활동을 한다. 올해로 벌써 20년째다.
한 씨는 1996년 3월 의왕시보건소 물리치료실에서 일용직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중풍 등 뇌혈관질환자나 교통사고 환자 등 바깥 나들이가 어려워 보건소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1997년 4월부터 매주 토요일을 '방문 물리치료의 날'로 정해 놓고 환자들을 찾아나섰다.
한 사람을 치료하는 시간을 50분으로 정하고 동선과 시간을 고려해 매번 3명씩 치료했다.
그는 22일 "처음에는 보건소를 찾아오는 이들의 도움을 얻어 치료가 필요한 장애인이나 환자들의 명단을 만들었지만, 조금 지나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찾아가야 할 환자들이 밀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점점 힘이 부치기 시작할 무렵인 1997년 말 용인대 물리치료학과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합류했다.
이 대학 물리학과 황병용 교수가 보건소에서 강연하면서 한 씨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실습을 겸해 자원봉사자로 보낸 것이다. 이들의 도움으로 토요일 하루에 돌볼 수 있는 환자 수가 10여명, 많을 때는 20명까지 늘어났다.
1999년에는 의왕보건소와 용인대 황 교수가 협약을 맺고 중풍 등 뇌혈관질환 등 재가장애인들에게 더 효율적인 재활서비스를 제공했고, 의왕시 동별로 51명의 장애인을 선정해 집중 치료에 나서기도 했다.
이렇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일하던 그의 공로를 인정해 의왕시는 2001년 그의 신분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정규직 전환 뒤에도 그의 봉사정신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2005년부터 주5일제로 공무원들도 격주 근무가 시작되면서 토요일은 휴일이 됐지만 그는 자신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얼굴이 떠올라" 쉴 수 없었다.
한 씨는 "평소 돌봐주는 사람이 없는 이들이나 장애 환우들이 치료를 받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힘들고 지쳐도 내색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집안에만 있던 중풍 환자가 바깥나들이를 시작하며 보여준 미소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장애아를 둔 아이를 치료하던 중 아이 엄마가 집을 나간 상황에서 울음을 삼켜야 했던 일 등 안타까운 일도 많았다.
할머니의 손에 자란 뒤 지금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처녀의 부탁으로 지체장애인협회에 가서 휠체어를 얻어다 준 일도 있다.
한 씨는 "혼자였다면 20년 넘게 토요일 물리치료 봉사활동을 계속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올해까지 20년째 봉사활동을 함께하고 있는 용인대 학생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지금도 미안한 마음뿐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물리치료학과를 둔 전국 50여 대학과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관·학 협력체제를 구축한다면, 국가 예산을 많이 쓰지 않고도 전국 각지 환자들에게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왕시의 사례를 다른 지자체로 널리 퍼뜨릴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대답했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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