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만취 부통령·난투극·혹한…역대 취임식 흑역사

입력 2017-01-20 17:04
[트럼프 취임] 만취 부통령·난투극·혹한…역대 취임식 흑역사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만취한 부통령의 연설, 혹한에 얼어 죽은 무도회장 카나리아, 난투극 등등.

성대하고 화려할 것만 같은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이 항상 순조롭고 평화롭게 치러진 것은 아니었다.



미 대통령 역사 전문가인 조지프 커민스는 19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기고문을 통해 과거 대통령 취임식에서 있었던 흑역사를 소개했다.

날씨 때문에 취임식을 망친 사례가 더러 있었다.

제18대 대통령 율리시스 그랜트(1822∼1885) 대통령의 취임식엔 날씨가 너무 추워 무도회의 노래를 위해 특별히 수입한 카나리아들이 얼어 죽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혹한에 무도회 참가자들은 두꺼운 코트를 입고 춤을 춰야만 했다.

윌리엄 해리슨(1773∼1841) 대통령의 취임식 때도 날씨가 엄청나게 추웠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 해리슨 대통령은 코트도 입지 않은 채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취임 연설을 했다. 해리슨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에 폐렴으로 숨지는 운명을 맞아야만 했다.

앤드루 잭슨(1767∼1845) 대통령의 취임은 백악관에 초대받은 손님들 때문에 얼룩졌다.

술에 취한 손님들은 백악관 파티장의 카펫에 오렌지 음료를 쏟고 커튼을 찢는 만행을 저질렀다. 난투극까지 벌어져 잭슨 대통령은 창문을 통해 피신해 '첫날 밤'을 백악관 바깥에서 보내야만 했다.

앤드루 존슨(1808∼1875) 대통령은 취임식의 '만취 부통령'으로 기억된다.

그는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부통령 자격으로 연설했을 때 문제를 일으켰다. 당시엔 대통령 취임식에서 부통령에게도 몇 마디 연설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너무 술에 취한 나머지 연설을 엉망으로 해 버렸다.

링컨 대통령은 주변에 "다시는 존슨에게 외부 연설을 시키지 마라"고 지시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존슨 대통령은 링컨 대통령의 사망으로 대통령직을 승계받은 인물이다. 그는 후임 대통령인 율리시스 그랜트와 껄끄러운 관계로 후임자 취임식에 불참한 대통령으로도 남아있다.

불화로 후임 대통령 취임식에 가지 않은 대통령은 존슨 말고도 존 애덤스(1735∼1826)·존 퀸시 애덤스(1767∼1848) 대통령 부자가 있다.

대통령 취임 직전까지 대선 승부로 잡음이 펼쳐진 적도 있었다.

공화당의 러더퍼드 헤이즈와 민주당의 새뮤엘 틸든이 맞붙었던 1876년 대선은 미국 역사상 가장 추악한 선거로 꼽힌다.

커민스는 "틸든이 총득표수와 선거인단 모두 승리를 거뒀지만 남부의 선거이사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헤이즈가 승리할 수 있도록 선거인단 투표에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대선 승리를 두고 논쟁과 대립은 취임식을 며칠 앞둔 시점까지 계속 이어졌지만 결국 헤이즈가 '부패한 승리'를 거머쥐고 대통령이 됐다고 커민스는 설명했다.



kong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