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회 女의원들 난투극…개헌반대 '수갑시위'가 발단

입력 2017-01-20 16:19
터키의회 女의원들 난투극…개헌반대 '수갑시위'가 발단

무소속 의원 발언석 마이크에 수갑 채워 "1인 독재 반대" 시위

여야 의원들 뒤엉켜 몸싸움…"2명 들것에 실려 나가"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의회에서 대통령중심제 개헌안을 놓고 또다시 여야 의원간 난투극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여성의원들이 몸싸움을 주도했다.

터키의회는 19일 밤 본회의에서 개헌안 2차 표결을 이어갔다.

이번 개헌안은 터키 권력구조를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전환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날 밤 무소속 아일린 나즐르아카 의원이 발언석에 올라 자신의 팔에 수갑을 채워 발언석 마이크에 연결하고, 개헌안 반대 토론에 나섰다.

나즐르아카 의원은 "나는 1인 독재를 거부하고 공화국 가치를 폐지하는 데 반대하기 위해, 의회가 개헌으로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데 항의하기 위해 내 팔에 수갑을 채운다"고 외쳤다.







휴회 중 여당 정의개발당(AKP) 여성의원들이 강제로 나즐르아카 의원을 발언석에서 끌어내리려고 했고, 야당 인민민주당(HDP)과 공화인민당(CHP) 의원들이 이를 저지하러 뒤따라 몰려나갔다.

나즐르아카 의원을 발언석에서 내려오게 하려는 여당 여성의원들가 보호하려는 야당 여성의원들이 뒤엉키면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남성의원들도 가세했다. 여성의원 2명은 들 것에 실려 나갔다.



CHP 소속으로 의수족을 착용한 샤파크 파웨이 의원은 휠체어 밖으로 떠밀려 바닥에 쓰러지기도 했다고 터키 언론이 전했다.

동료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 앉아 몸을 추스른 파웨이 의원은 "여당이 우리를 공격했는데,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면서 "오늘 공격은 개헌안이 가결되면 벌어질 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달 11일 밤 1차 표결 중에도 여야 의원들이 주먹이 오가는 난투극을 벌였다.



터키의회는 20일 또는 21일 본회의를 열어 개헌안에 대한 최종 표결을 할 예정이다.

이 표결에서 개헌안이 330표 이상을 얻어면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여당과 이에 동조하는 민족주의행동당(MHP)의 의석을 합치면 정족수를 웃돌아, 큰 이변이 없는 한 가결이 예상된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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