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는 다모클레스의 칼"이라는 시진핑…북핵 언급은 안해
유엔서 '핵무기 없는 세상' 강조…외교소식통 "북핵해결 역할 없으면 공허"
주권 강조하면서 '주권조치' 사드는 보복…"이중적 태도"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핵무기를 절박한 위험을 의미하는 '다모클레스의 칼'에 비유하며 핵무기 없는 세상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사무국 연설에서 "인류에게 드리워진 핵무기, '다모클레스의 칼'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완전히 금지되고, 시간을 두고 철저히 파괴(제거)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모클레스의 칼'은 기원전 4세기 시칠리아 시라쿠사의 왕 디오니시오스와 신하 다모클레스의 일화에서 따온 것이다. 디오니시오스가 권력과 부를 부러워하는 다모클레스를 화려한 잔치에 초대, 한 올의 실에 매달아 놓은 칼 밑에 앉히고 권력자의 운명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데서 유래했다.
'다모클레스의 칼'은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1961년 유엔총회에서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핵전쟁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지난해 3월 제네바 군축회의 고위급회기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마치 북한의 다모클레스 핵검(核劍)이 우리 모두의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채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면서 북핵 위협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2015년 9월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전승 70주년' 열병식 기념사에서도 현재 세계는 평화롭지 않고 전쟁의 '다모클레스의 칼'이 인류의 머리에 드리워져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시 주석의 '다모클레스의 칼' 비유는 핵무기의 보편적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핵무기 없는 세상에 대한 진정성보다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와의 격돌을 염두에 둔 여론전의 하나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해 말 '핵능력 강화' 발언에 대응해 중국은 '핵무기 없는 평화적 세상을 추구한다'는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의도와 함께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관련 대중 압박을 염두에 둔 예봉 피하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핵무기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제한적 역할'에 머무는 중국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는 동참하고 있지만, 북한을 여전히 미국과의 세력경쟁에 있어서 '전략적 자산' 또는 '완충지대'로 인식해 김정은 정권이 고사할 수준의 제재와 압박에는 반대하고 있다.
이번에도 핵무기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도 북핵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이 북핵 문제를 예측할 수 없는 독재자(김정은)의 손에 쥐어진 위협이라는 시급성을 갖고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면서도 "중국이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역할을 외면하면 시 주석의 거창한 구호는 공허하게 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이 주권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서도 한국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보복조치를 취하고 있는 중국의 태도에 비춰 이중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 주석은 유엔 사무국 연설에서 대국이든 소국이든, 강대국이든 약소국이든, 부국이든 빈국이든 모든 나라의 주권과 존엄은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 주권평등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 역시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병광 실장은 중국의 사드 관련 보복에 대해 "중국이 주권을 강조하면서 다른 나라의 안보이익을 존중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말도 안 되는 이중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사드 배치라는 한국 정부의 주권적 결정에는 과잉대응하면서 북핵 위협의 해소를 위해서는 과잉이다 싶을 정도의 조치를 취한 적이 있느냐"면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솔선수범을 보이는 것이 진정한 대국으로서의 자세"라고 지적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한국 국방에 대한 중국의 공격'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사드와 관련한 중국의 한국 압박에 대해 "중국의 태도는 짜증스럽다(galling)"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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