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CIA의 비밀전쟁·오바마 이후 미국의 세계전략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 토마스 소웰 지음.
지식인들의 슬픈 초상화, 혹은 지식인 계급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책.
하지만 논의 대상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이나 러시아의 문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처럼 역사에 족적을 남길 만한 특별한 지식인들이 아니다.
교사, 저널리스트, 사회 활동가, 정치 보좌관, 법원 서기와 같이 우리 주변에서 움직이는 하나의 직업적 집단으로서 지식인의 본질과 역할을 분석했다.
미국 경제학자인 저자는 지식인을 사상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유통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지식인들이 가진 지성은 지혜와 다르다고 말한다. 지성은 복잡한 개념과 사상을 파악하고 조작하는 능력으로, 종종 엉터리 결론과 현명하지 못한 행동을 낳기도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아무리 박학한 지식인도 사회에서 통용되는 전체 지식의 1%도 알기 어렵다. 이는 지식인도 자기 분야를 벗어나면 완전히 아마추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지식인들은 나머지 99%의 지식을 고루 나눠가진 대중을 이끌고 통솔해야 한다고 스스로 믿고 그렇게 행동한다.
이 책은 경제, 사회, 전쟁, 법률 등 다양한 분야와 주제를 넘나들며 지식인들의 과거와 역사에 남긴 오점을 짚어보고, 진정한 지식인이 역할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부글북스. 정명진 옮김. 484쪽. 2만3천원.
▲ CIA의 비밀전쟁 = 마크 마제티 지음.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서 무수히 변주돼온 미 중앙정보국(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의 실상을 파헤친 책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도움을 줄 해외 정보를 수집한다는 명목으로 창립된 CIA가, 외국 정부를 전복하고 정치가들을 암살하는 데 동원된 내력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특히 2001년 9.11 테러 이후 전개된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일어난 CIA의 성격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과거에도 CIA는 각종 비밀공작에 관여했으나, 공식적으론 살인이 허용되지 않았다. 1970년대 상원 청문회에서 외국 지도자들에 대한 암살 음모가 탄로난 뒤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의 명령으로 정치암살 행위가 금지됐다.
하지만 9.11 테러 이후 CIA는 첩보·정보기관에 머물지 않고 미국의 적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직접 찾아내 처단하는 군사조직으로 탈바꿈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의 국가안보 전문기자인 저자는 심지어 역대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손꼽을 만큼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조차 CIA에 크게 의존하는 정책을 고수했다고 지적한다.
삼인. 이승환 옮김. 412쪽. 1만7천원.
▲ 오바마 이후 미국의 세계전략 = 로버트 S. 싱 지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자리를 내주고 백악관을 등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분석하고 앞으로 전개될 미국의 세계경영 전략을 조망한 책.
영국 런던대학교 버크벡 칼리지 정치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책의 부제처럼 '강력한 미국의 복원'을 역설한다.
오바마의 외교 정책은 실패라고 단언한다. 오바마 정부 출범 전보다 미국의 국력이 약화하고 세계 정세는 한층 불안정해졌다는 것이 이유다.
미국의 우월한 힘에 의해 지배됐던 국제질서가 최근 다자구도로 바뀌고 있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판도 변화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저자는 분명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오바마가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약화해 이 같은 결과를 가속화했다고 본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대놓고 옹호하는 태도에는 비판이 제기될 듯하지만, 문제적 인물을 새 지도자로 옹립한 미국호(號)의 진로를 예측하는 데 참고할 만하다.
에코리브르. 이청 옮김. 296쪽. 1만7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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