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넘는 '눈 폭탄'에 강원 영동 마비…뒤엉킨 도심(종합2보)

입력 2017-01-20 21:12
수정 2017-01-20 21:14
40㎝ 넘는 '눈 폭탄'에 강원 영동 마비…뒤엉킨 도심(종합2보)

원주·삼척서 교통사고로 3명 사망…소형어선 1척 연락두절 수색 중

(강릉·속초=연합뉴스) 유형재 이종건 박영서 기자 = 20일 강원 동해안과 산간에 눈 폭탄이 쏟아져 영동지역 도심이 사실상 마비됐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며 제설작업도 속수무책이었다.

도로에 내린 눈은 그대로 쌓여 곳곳이 심한 정체를 빚고, 급하게 바퀴에 체인을 감고 차량을 밀어 이동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 치운 만큼 쌓이는 눈…혼잡한 도심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오후 7시까지 고성 간성 47㎝, 양양 33.5㎝, 강릉 28㎝, 삼척 21.5㎝, 동해 18.6㎝, 정선 9.5㎝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산간도 미시령 35㎝, 진부령 31㎝로 많은 눈이 쌓였다.



다행히 현재 눈발은 약해졌으나 짧은 시간에 폭설이 내린 탓에 도심지는 큰 혼란을 빚었다.

특히 폭설이 내린 강릉, 속초 등 동해안과 산간지역에는 치우는 만큼 다시 쌓여 제설작업이 무의미할 정도였다.

차량 윈도 브러시로는 쏟아지는 눈을 치우지 못해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제설의 달인으로 불리는 강릉시 제설반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지역에는 언덕길마다 오르지 못한 차들이 방치돼 있고 엉켜 있기 일쑤여서 약간의 경사가 있는 도로마다 심한 정체현상이 빚어졌다.

강릉시 홍제동 강릉영동대 앞 영동고속도로 입구에는 차들이 몇백m씩 밀려 이곳을 빠져나가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렸다.

경포동 즈므마을 인근 7번 국도도 언덕길에 월동장구를 갖추지 못한 차들이 엉켜 정체현상이 빚어졌다.

시내버스가 언덕을 오리지 못하자 시민이 힘을 합해 미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 발권·운항중단·입산통제 잇따라…7번 국도 3시간 고립

특히 7번 국도는 극심한 정체로 차들이 옴짝달싹 못 한 채 3시간가량 갇혔다.

오르막길에서 미끄러진 차량 때문에 뒤따르던 차량이 오도 가도 못한 채 도로에 발이 묶이면서 고립상태에 빠졌다.

이에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은 7번 국도 고갯길 곳곳에 중앙선 분리 구간을 통해 차들을 반대 차선으로 진입시켰다.

교차로가 인접한 낙산사와 설악해수욕장 입구에서도 경찰과 함께 차들을 반대 차선으로 돌렸다.

그러나 통제에 응하지 않은 차들이 회차하지 않고 운행을 강행하며 도로는 더 불통이 됐다.

차량 정체가 이어진 탓에 제설차량도 진입하기 어려웠다.

제설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차량 운전자들은 도로에서 먼 산만 쳐다보며 발을 굴렀다.

동해시 지흥동에서는 폭설로 차량이 고립돼 119구조대가 고립자 10명을 인근 숙소까지 안전하게 이송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리자 속초시외버스터미널은 오후 4시부터 강릉행 발권을 중단했다.

오후 1시 출발한 강릉행 버스와 앞선 오전 10시 40분 대구행 버스는 폭설 탓에 속초로 회차했다.

양양국제공항 김해, 제주 노선도 폭설에 따른 저시정 경보로 모두 운항하지 못했다.

설악산과 오대산, 태백산 등 국립공원도 온종일 입산이 통제됐다.

강릉에서는 시내버스 34개 노선이 단축 운행하고 있어 일부 주민들이 걸어서 가는 불편을 겪었다.

고성과 속초에서도 농어촌버스 17개 노선의 운행이 중지됐다.



◇ 기습폭설에 곳곳 교통사고, 해상 조난사고 잇따라

30㎝가 넘는 기습폭설에 내륙 곳곳에서 크고 작은 눈길 교통사고가, 해상에서는 조난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3시 20분께 강원 삼척시 원덕읍 호산리 월천교에서 엑센트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며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2차로로 튕긴 것을 뒤따르던 관광버스가 추돌했다.

이 사고로 승용차 뒷좌석에 타고 있던 2명이 숨지고, 앞좌석에 타고 있던 2명은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관광버스에는 승객 35명이 타고 있었으나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낮 12시 25분께 강원 원주시 소초면 장양리 인근 자동차전용도로에서는 25인승 미니 버스 1대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넘어졌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최모(65·여) 씨가 숨지고, 18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폭설 탓에 통제됐던 동해고속도로 6개 구간은 5시간 20분 만에 통행이 재개됐다.

속초∼인제 미시령관통도로는 체인을 장착한 차량만 들어갈 수 있다.

동해 중부 전 해상에도 풍랑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갑작스러운 폭설로 소형어선이 잇따라 조난해 해경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속초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시작된 폭설로 해상 시야가 20m 정도로 악화해 소형어선이 방향을 잃고 잇따라 조난했다.



이에 해경은 긴급상황대책반을 설치하고 가용세력을 총동원해 어선 7척 중 6척을 안전하게 항구로 호송했다.

기상악화에 기관고장을 일으켜 표류했던 T호(2.36t급)는 예인을 시도하였으나 기상이 좋지 않아 실패하고, 선장만 구조한 뒤, 선박은 해상에 닻을 내리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거진선적 H호(1.5t급·승선원 1명)는 연락이 끊긴 채 위치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해경은 현재 6m가 넘는 파도와 눈으로 시야 확보가 곤란해 해상 수색작업을 잠정 중단하고, 군 당국과 함께 해안가를 수색 중이다.

conany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