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 불붙은 '화랑', '낭만닥터' 퇴장에 반등할까
'꽃청춘' 로맨스와 예쁜 영상 매력…패턴 반복과 '뜬금 전개' 오점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풋풋하기만 했던 KBS 2TV 월화극 '화랑'이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점점 영글어 가고 있다.
최근 '화랑'에선 아로(고아라 분)가 무명(박서준)과 삼맥종(박형식)의 정체를 알게 되고, 아로와 무명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삼각관계도 본격화했다. 숙명(서예지)의 등장으로 사각관계로 번질 구도가 형성된 상태다.
동시간대 '높은 벽'이었던 SBS TV '낭만닥터 김사부'가 퇴장한 가운데 좀처럼 한자릿수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화랑'이 빠른 전개에 힘입어 10%대 고지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박형식 끌자 치고 올라오는 박서준…볼수록 예쁜 '꽃청춘'
'화랑' 초반부를 이끈 인물이 박형식이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을 것이다.
박형식은 자신이 진흥왕임을 숨기고 화랑을 길러내는 '선문'에 들어가 또래들과 함께 훈련을 받는 삼맥종을 연기하고 있다.
그는 어머니 지소태후에 가려 오랜 시간 얼굴 없는 왕으로 숨어 지내야 했던 아픔은 물론 아로를 향한 일편단심을 인상 깊게 그려내 시청자들로부터 '신라의 직진남'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정작 아로는 죽은 오라비 선우(이광수)를 대신해 오라비가 돼주겠다고 나타난 무명에게 마음이 가 있었음에도 박형식의 활약에 무명과 아로의 로맨스가 다소 가린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7일 방송된 10회 엔딩에서는 그동안의 전개가 박서준의 완급 조절에 의한 것이었음이 확인됐다.
무명이 승마훈련 중 쓰러진 자신을 걱정하는 아로에게 애틋하게 키스하면서 아로의 짝사랑이 아니었던 게 증명된 것. 박형식이 '직진남'이라면 박서준은 거칠면서도 솔직 담백한 매력의 '순수남'으로서 이제 서로 대등한 구도를 이뤘다.
삼각 로맨스의 한가운데 서 있는 아로는 유독 눈물 마를 날이 없는 캐릭터이지만 고아라가 소화하면서 예쁘고 사랑스러운 홍일점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고아라의 충분히 미모를 살리지 못한 메이크업과, 반복되는 패턴의 눈물 연기는 다소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연 외에 '꽃청춘'의 매력을 발산하는 수호 역의 최민호, 반류 역의 도지한, 한성 역의 김태형, 여울 역의 조윤우, 단세 역의 김현준 등은 청춘 사극 '화랑'을 싱그럽게 하는 데 각자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안지공(최원영)과 이루지 못한 사랑을 가슴에 품었으면서 겉으로는 냉정을 유지하는 지소태후 역의 김지수와 화랑의 우두머리인 풍월주 역의 성동일 등 중년 연기자들도 극을 탄탄하게 떠받치고 있다.
◇ 영상미 화려·역동…동일 패턴과 뜬금없는 전개 '아쉬움'
100% 사전 제작된 '화랑'은 방송 전부터 신라판 꽃미남 조합인 화랑의 이야기를 현대의 꽃미남들이 모여 그대로 재현한다는 콘셉트로 화제를 모았다.
실제 뚜껑을 연 '화랑'은 기대에 부응했다. 박서준과 박형식을 주축으로 한 6명의 화랑은 2009년 방송된 KBS 2TV '꽃보다 남자'의 'F4'를 연상케 했다. 특히 고아라만큼이나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와 색색의 비단옷은 그들의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전체적인 화면에서도 영상미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9회 중 무명이 아로를 선우 무덤에 데려갔다가 둘이 숲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두 사람의 배치를 화면 한쪽으로 몰아서 숲과 어우러지는 구도를 만들어냈다.
또 10회 화랑들의 공연 장면에선 '칼군무'로 무장한 아이돌그룹의 데뷔무대를 연상케 하는 검무·타고(打鼓) 축연은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본격적으로 말타기, 활쏘기 훈련까지 시작되면서 액션이 더해져 생동감 넘치는 화면이 연출되고 있다.
화랑들의 의상 외에 지소태후나 숙명의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복식 역시 각 장면을 다채롭게 하는 요소다.
그러나 사전제작임에도 반복적인 스토리 패턴과 이따금 보이는 개연성 부족한 전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아로가 죽을 위험에 처했다가 무명과 삼맥종의 도움으로 구출되는 전개는 드라마가 절반까지 오는 내내 반복됐다. 또 승마훈련에서 낙마해 의식을 잃은 무명이 아로의 혼잣말을 다 듣고 갑작스럽게 키스하는 장면은 어린 시청자들에게는 설렘을 줬지만 그 이상 연령대의 공감을 얻기는 다소 어려웠단 평이 나온다.
퓨전 사극을 지향하기 위해 만물책방을 '다이서', 찻집을 '수타박수', 청춘들이 모이는 공간을 '옥타각'으로 명명한 점은 각각 우리 주변의 다이소, 스타벅스, 옥타곤 클럽을 연상케 했다. 웃음을 자아냈을지 모르지만 생뚱맞다는 이질감을 피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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