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계로 번진 '한한령'…조수미·백건우 中공연 취소위기

입력 2017-01-20 10:13
수정 2017-01-20 13:58
클래식계로 번진 '한한령'…조수미·백건우 中공연 취소위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과 관련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클래식 음악가들의 중국 공연도 잇달아 취소위기에 놓였다.

20일 클래식 업계에 따르면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라노 조수미는 오는 2월 19일부터 광저우·베이징·상하이로 이어지는 중국 투어 공연을 위한 비자를 신청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비자 발급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조수미 소속사 관계자는 "보통 열흘 이내면 나오던 비자가 5주 이상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숱하게 중국 공연을 다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여러 가지로 비자 발급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계속 비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현지 오케스트라와 공연 가능 여부를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표 피아니스트 백건우 역시 오는 3월 18일 중국 구이양(貴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취소됐다.

국내 클래식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정확한 사유는 모르지만 백건우 선생님이 '사드 문제로 중국 공연이 취소됐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이 오케스트라 홈페이지에는 이미 해당일 공연의 협연자로 다른 여성 피아니스트를 소개해놓은 상태다.

영국 음악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백건우의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고 들었다"며 "이번 공연 취소는 심각한 문제다. 백건우는 2000년 중국의 초청을 받은 첫 한국 연주자"라고 분석했다.

공연 관계자들은 중국의 이른바 '사드 보복'이 클래식 업계로까지 미친 데 당황해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해 한류 스타의 방송 출연을 금지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에 이어 중국에 진출한 롯데에 대한 전방위적 세무조사, 단체 관광객 규제를 염두에 둔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 등 보복성 조치들을 꺼내놓고 있다.

한 공연 단체 관계자는 "순수 예술 분야 교류에까지 이런 보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백건우나 조수미가 비자 문제에 결렸다면 다른 연주자들의 경우는 더 중국 공연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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