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50대 한인사업가 피살 장소는 필리핀 경찰청 본부
몸값 노린 현직 경찰관들이 경찰청으로 끌고가 살해 후 화장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지난해 10월 필리핀에서 현지 경찰관들에게 납치·살해된 50대 한국인 사업가는 필리핀 경찰청 본부 안에서 피살된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 심장부에서 경찰관이 무고한 외국인을 살해하는 잔인한 범죄가 일어난 것이다.
19일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희생자인 지모(53) 씨가 작년 10월 18일 필리핀 중부 관광도시 앙헬레스에 있는 자택 근처에서 납치돼 끌려간 곳은 마닐라 케손시의 필리핀 경찰청 본부로 확인됐다.
이 사건의 용의자 8명 가운데 현직 경찰관이 3명으로, 이들은 인력송출업을 하는 지 씨를 마약 관련 혐의가 있다며 연행했다.
이들은 지 씨를 태운 차량을 경찰청 내 마약단속국 건물 옆 주차장에 세운 뒤에 차 안에서 지 씨를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지 씨는 얼굴과 손 등이 테이프로 묶인 상태였다.
이들은 증거 인멸을 위해 지 씨 시신을 전직 경찰관이 운영하는 화장장에서 소각해 화장실에 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용의자인 경찰관 1명이 지 씨를 경찰청 본부에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며 "당혹스럽고 격노할 일"이라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이런 범죄가 발생하고 경찰관들이 연루된 데 대해 유감"이라고 사과했다.
필리핀 법무부도 이 같은 해당 경찰관의 진술을 공개했다. 필리핀 검찰은 용의자 8명 전원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상태로, 이번 주 중에 구속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납치범은 범행 2주일가량 후에 몸값으로 800만 페소(1억9천여만 원)를 요구해 지 씨 가족으로부터 500만 페소(1억2천여만 원)를 받았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17일 현직 경찰관들이 가담한 납치범들이 지씨를 납치한 당일 살해했다는 필리핀 경찰청의 통보 내용을 공개하고 필리핀 정부에 유감 표명과 함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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