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패배' 감비아 자메 대통령 버티기에 서아프리카 전운 고조(종합)

입력 2017-01-20 01:48
'대선패배' 감비아 자메 대통령 버티기에 서아프리카 전운 고조(종합)

대선 승리한 바로우 당선인은 피신한 세네갈서 대통령 취임식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임기가 끝난 야흐야 자메 감비아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한 채 버티기에 나서고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군사개입을 예고하면서 이 일대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패배한 자메 대통령의 공식 임기는 18일 밤 12시부로 종료됐다.

그러나 자메 대통령이 수도 반줄 관저에 머물며 끝까지 퇴진을 거부,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무력 개입에 직면하게 됐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지도자들은 자메 대통령이 감비아 대선에서 승리한 야권 지도자 아다마 바로우 당선인에게 권력을 이양하지 않으면 군사개입을 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당장 감비아 국경 지대에는 ECOWAS 소속 국가인 나이지리아와 세네갈, 가나의 군 병력과 장비가 배치됐다. 나이지리아는 감비아 인접국 세네갈에 군함과 전투기도 보냈다.

나이지리아군 대변인은 "감비아를 위한 지원 병력 200여명이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줄 시내에는 현재 자메 대통령을 지지하는 군 병력이 배치된 상태다.

그러나 ECOWAS 주재 전 미국 대사인 로빈 샌더스는 "감비아군이 외국의 군사개입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감비아는 인구가 190만 명에 달하지만, 전체 군병력 수는 약 2천500명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세네갈로 피신해 있는 바로우 당선인은 이날 예정대로 대통령 취임식을 강행키로 했다.

다만, 취임식은 감비아 영토가 아닌 세네갈 수도 다카에 있는 감비아대사관에서 열린다. 이 취임식에는 세네갈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감비아대사관 주변에는 이날 세네갈 군인과 경찰의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바로우 당선인측은 전날엔 "감비아 정부가 바로우 당선인의 취임을 막을 수는 없다"며 "반줄 스타디움서 취임식을 하는 것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정국 불안이 한층 가중되자 감비아 정치인과 국민은 물론 감비아를 방문한 외국인들의 탈출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유혈 사태를 두려워한 감비아인 최소 2만6천명이 세네갈에 망명을 요청했다. 지난 48시간 동안 감비아 부통령과 최소 8명의 감비아 장관이 사퇴했다.

주로 영국인과 네덜란드인들로 구성된 관광객 1천여명은 전날부터 감비아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감비아 선관위는 지난달 치러진 대선 개표 결과를 공개하며 바로우 후보가 26만3천515표(45.54%)를 얻어 21만2천99표(36.66%)를 기록한 자메 대통령을 이겼다고 발표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바로우는 이후 헌법에 따라 1월19일 대통령 취임식을 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메 대통령은 이에 불복한 채 지난 17일 90일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임기도 3개월 연장했다.

이에 세네갈은 유엔에 자메 대통령의 거취에 대해 행동을 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감비아의 새로운 지도자로 바로우 당선인을 지지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자메 대통령은 1994년 29세에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후 23년째 감비아를 통치하고 있다.



gogo21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