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친반' 재편 조짐…충북 '潘風 진앙' 될까
민주 공약 점검 등 대선 채비…국민의당 조직 안정 주력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주요 주자들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본격적인 대선 정국으로 접어든 가운데 충북 여야 움직임이 각양각색이다.
충북 정가의 움직임에 정치권이 주목하는 것은 각종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면서 전체 판세를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선 관전 포인트인 '반풍(潘風·반기문 바람)'이 태풍급으로 발전할지, 미풍에 그칠지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고향인 충북의 민심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도내 8개 의석중 5석을 차지 여당의 면모를 보였던 새누리당은 대선 정국으로 들어오면서 오히려 무기력한 양상이다. 아직 바른정당으로 말을 갈아탄 인사들은 없지만, '충청권 대망론'을 내세우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귀국을 계기로 대거 '친반(親潘)'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선장 격인 송태영 충북도당위원장이 일찌감치 반 전 총장 지지 입장을 밝히며 탈당 의사를 밝혔다.
5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정우택 원내대표를 제외한 4명도 '반기문호(號)'에 승선하겠다고 결의했다.
이종배(충주) 의원과 경대수(진천·음성·증평),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은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반 전 총장을 면담, 귀국 이후의 대책을 논의하는 등 대표적 친반 인사로 꼽혔다.
청주의 서원구와 청원구 당협위원장도 반 전 총장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원들 역시 이들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들과 한 배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정 원내대표를 포함한 충청권 의원들의 오찬 모임에 참석해 당 쇄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를 볼 때 반 전 총장이 독자세력을 구축하거나 다른 정당을 기반으로 대선전에 뛰어든다면 충북에서 새누리당은 3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지역 정가에서는 반 전 총장이 사실상 충북 새누리당을 접수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새해를 맞아 도당 차원의 신년 인사회도 열지 않았다. 당협위원회별로 자원봉사를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충북도당 사무처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터줏대감 역할을 했던 이규석 사무처장이 중앙당 상근전략기획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와 달리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은 지난 2일 도종환 도당위원장을 비롯해 200여명의 당원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단배식을 여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다.
도 위원장은 "올해 정권 교체를 이뤄내는 데 충북도당이 앞장설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민주당은 대선 체제로 빠르게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 귀국 하루 전인 11일 충북을 찾아 같은 당 소속인 이시종 지사를 만난 뒤 기자간담회, 지역 경제계 간담회,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만찬 등을 잇따라 개최했다.
문 전 대표의 충북 방문은 '반풍'의 진앙이 될 충북 민심을 잡기 위한 선제적 행보로 분석됐다.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꼽히지만, 이들의 기반이 거의 없어 충북은 문 전 대표 대권 행보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도당은 각 분야 전문가 12명과 도·시의원 7명으로 정책자문단과 정책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18일 1차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대선 공약 건의안 등을 점검했다.
다음 달 2일 2차 연석회의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발 빠르게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 당은 조직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9일 선거에서 신언관 도당위원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안창현 서원구 지역위원장이 "도당위원장 선거에서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하는 등 갈등을 빚기도 했다.
선거가 끝난 뒤 안 위원장이 "깨끗이 승복하고, 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앙금을 해소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
국민의 당의 고민은 반 전 총장 귀국 후 지역의 관심이 반 전 총장과 문 전 대표의 대결로 좁혀진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9일 안철수 전 대표가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친 뒤 곧바로 청주를 찾았지만, 큰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해 지역 정가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충북도당은 오는 24일 도당위원장 취임식을 하는 것을 계기로 '존재감'을 심어줄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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