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조짐에 시진핑 '경제책사' 류허 주목
오바마-시진핑 가교역할…트럼프 대응에도 중책 맡을지 관심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우려 속에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경제책사'로 불리는 류허(劉鶴) 중국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간 실질적으로 중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해온 류 주임의 손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응한 중국의 맞춤형 정책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NTY에 따르면 류 주임은 시 주석이 공개 석상에서 "내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절대적 신임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문은 류 주석이 2015년 후반 제출한 장문의 보고서를 시 주석이 칭찬하며 당 고위층에게 돌린 사례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 보고서에는 시 주석의 공직 경력에 대한 찬양, 시 주석이 과감한 경제개혁으로 중국의 환골탈태를 주도할 역사적 임무를 맡았다는 주장이 담겼다.
현재 류 주임은 중국 국무원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계획위원회(발개위) 부주임을 겸하고 있으며 차기 주임으로도 거론된다.
그가 발개위 주임으로 승진하면 시진핑 2기 지도부에서 부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류 주임은 시 주석과 바로 소통할 수 있는 조언자로 활동하는 까닭에 이미 영향력이 리커창(李克强) 총리 수준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간 미국은 류 주임이 중국 고위 관리 중에는 드물게도 미국에서 수학하고 시장주의에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류 주임은 미국 뉴저지 주 세턴홀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뒤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에서 류 주임은 '함께 일할 수 있는 인물'로 묘사돼왔다.
중국 내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 경제의 건전성을 위해선 금융 자유화와 시장 개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경력이 이런 평가의 배경이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부 장관이 작년에 중국 증시가 요동치자 중국의 정책 방향을 파악하고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이도 류 주임이었다.
데이비드 로빙거 전 미국 재무부에서 중국 담당 수석 코디네이터는 "류 주임이 중국과 세계 경제에 대한 거시적 시각을 지녀 미 재무부로서는 항상 꼭 만나봐야 하는 인사로 통했다"고 말했다.
류 주임이 미국 성향에 맞는 정책입안자로서 양국 경제의 가교역할을 해오긴 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한 뒤 상황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산 제품에 징벌적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는 등 강경노선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기존 정책이 대폭 흔들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류 주임은 그동안 금융 자유화와 시장 개방 외에 부실한 국유 기업의 구조조정과 사상 최고 수준인 채무 축소를 주장했다.
미국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우려대로 무역전쟁이 불붙는다면 기존 방향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겠다며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면 중국 수출기업의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가령 류 주임이 기존 정책 기조대로 무역 장벽을 낮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고 해도 미국의 제재에 굴복한 모양새가 되는 정치적 걸림돌이 있다는 것이다.
NTY는 류 주임이 중국의 위협과 관련해 시 주석에게 어떤 조언을 할지 가늠할 공개된 자료가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다만 류 주임은 3년 전 자신이 감독해 출판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에서 과도하게 적자를 줄이는 책임을 질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선진국 정부들이 도입하는 대중영합주의적 정책이 종종 혼란을 선동하는 요인이 된다"고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예견하는 듯한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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