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기념일에 히잡 쓴 축하광고라니" 호주서 철거 논란
협박 쏟아지자 철거…다시 세우자는 모금 운동에 호응 '폭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의 건국기념일로 최대 국경일인 오는 26 '호주의 날'(Australia Day)을 앞두고 한 축하 광고판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19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멜버른의 한 업체는 최근 호주 국기를 배경으로 히잡을 쓴 두 소녀를 등장시킨 대형 광고판을 고속도로에 내걸어 기념일을 축하했다.
하지만 SNS에서 이 광고가 호주 건국기념일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그 의도를 의심하는 글이 이어졌고, 광고를 한 업체를 향해 철거 협박이 쏟아졌다.
업체는 결국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17일 광고판을 철거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광고판 철거를 요구한 행위가 '호주의 날'을 맞아 호주인들을 결속하려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행위라며 반발 움직임도 이어졌다.
녹색당의 리처드 디 나탈레 대표는 성명을 내고 "축하광고를 한 업체를 향한 이슬람 혐오성 캠페인이 성공한 데 대해 넌더리가 난다"라고 비난했다.
또 일부에서는 이같은 내용의 광고판이 지난해 별 탈 없이 멜버른 내 다른 지역에 설치된 바 있다며 올해의 광고판 철거 압력이 최근 호주 사회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철거에 대한 강력한 항의의 뜻으로 광고판을 다시 세우자는 온라인 모금활동이 벌어졌다.
18일 오전 2만 호주달러(1천800만원) 목표로 모금이 시작한 뒤 성원이 답지해 약 3시간 만에 거뜬히 목표액이 채워졌다.
주최 측은 모든 주에 하나씩 광고판을 세우겠다며 모금 액수를 5만 호주달러로 높였으나 참여자가 쇄도하면서 목표액은 10만 호주달러에 이어 20만 호주달러(1억7천700만원)로 상향 조정됐다.
19일 오후 1시(현지시간) 현재 모금 참여자는 3천400명 가까이 됐고, 모금액은 13만 호주달러(1억1천500만원)를 넘었다.
모금을 이끈 디 매디건은 공영 SBS 방송에 "호주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매우 낙관하게 됐다"며 "광고판은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호주의 날'을 축하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무슬림이 이 광고판을 환영한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의 한 페이지는 "많은 호주 원주민은 '호주의 날'을 '침략의 날'로 보고 있다"며 "이 광고판은 호주의 역사를 가리고 호주 사회 내 인종차별주의와 이슬람 혐오증을 더욱 공고히 하는 만큼 모금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호주의 날'은 1788년 1월 26일 영국 함대가 호주 시드니에 처음 도착한 것을 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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