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가 교황에게 "존경합니다" 편지 보낸 까닭은
욕설 파문 이후 관계개선 포석…필리핀 가톨릭 지도자들에겐 "위선자" 비난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최고의 존경심과 경의를 표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2015년 1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필리핀 방문 때 도로 통제로 교통 체증이 빚어지자 교황을 '매춘부의 자식'이라고 욕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사과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교황청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평화자문관 헤수스 두레자는 두테르테의 편지를 들고 18일(현지시간)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두레자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17일부터 열리는 필리핀 정부와 공산 반군의 3차 평화협상에 참석하는 길에 바티칸을 찾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편지에서 "우리 국민은 2015년 교황 성하의 (필리핀) 방문을 매우 감사하게 기억한다"며 "필리핀은 교황청과의 특별한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 성하, 저의 최고의 존경심과 경의를 받아달라"고 편지를 끝맺었다.
두레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필리핀과 두테르테 대통령의 축복을 빌었다고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이처럼 깍듯한 태도를 보인 것과 달리 필리핀의 일부 가톨릭 지도자들에게는 또다시 반감을 드러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8일 자신의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비판하는 가톨릭 인사들을 향해 불법 마약의 심각성을 알고 있느냐고 지적하며 그 폐해를 알 수 있게 주교 1∼2명이 마약을 복용해볼 것을 제안했다.
그는 "성직자들이 샤부(마약)는 없어도 부인은 있고 일부는 2~3명의 부인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며 위선적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필리핀의 브로데릭 파빌로 주교는 한 가톨릭 행사에서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6천 명가량의 마약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 등에 사살된 점을 지적하며 가톨릭계가 침묵하지 말고 마약 유혈소탕전에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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