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중인 부친께 간 기증하려 30㎏ 뺐어요" 20대 아들의 '효심'

입력 2017-01-19 11:07
"투병중인 부친께 간 기증하려 30㎏ 뺐어요" 20대 아들의 '효심'

'과체중 지방간' 안영덕씨 "아버지 생명 살린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충남 태안에 사는 안영덕(20) 씨가 살을 빼려고 마음먹은 시기는 지난해 봄이다.

'간 경변증' 진단을 받고 건양대학교병원에 입원한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이식하려 했으나 '지방간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는 통보를 받은 직후였다.



문제는 체중이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을 당시 그의 몸무게는 85㎏을 넘었다.

"지방간 문제를 해결하려면 감량해야 한다"고 의료진은 안 씨에게 권고했다.

안 씨는 "간 기증이 생각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체중을 줄이고 몸 관리하면 간 기증이 가능하다는 병원 설명에 다른 고민을 할 이유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아버지의 간 경변증 병세가 갈수록 나빠지는 것도 안 씨에게는 자극이었다.

흔히 '간 경화'라고 부르는 간 경변증은 만성적인 염증 때문에 정상적인 간 조직이 섬유화 조직으로 바뀌는 병이다. 간 기능이 점점 저하하는데, 악화하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안 씨는 식이요법을 하며 집 근처를 매일 걷고 뛰었다. 때론 인근 학교 운동장을 몇 바퀴씩 돌기도 했다.

식단 조절과 꾸준한 유산소 운동 덕분에 안 씨의 체중은 갈수록 줄어 10개월 만에 30㎏이나 빠졌다.

다시 의료진을 찾아온 안 씨의 간은 이식하기 좋은 건강한 상태로 바뀌었다.

건양대병원 장기이식센터 최인석 교수는 지난 4일 12시간여의 긴 수술을 통해 안 씨의 간 일부를 떼어 아버지에게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최 교수는 "이식된 간에 다수의 혈관을 이어주어야 하는 어려운 수술이었다"며 "어린 나이에도 아버지를 위해 간을 기증한 아들의 효심에 반드시 성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식 후 안 씨 아버지의 간 기능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안 씨는 벌써 치료를 마치고 아버지 병간호를 하고 있다.

휴대전화 판매업체에서 일하는 안 씨는 "아버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수술의 두려움을 이길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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