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안보팀 출발 '삐걱'…북핵 등 위기에 대처 미흡 우려
"NSC 인수작업 지연…기밀취급권자 부족해 북핵 등 기밀자료 열람도 제한적"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취임을 불과 이틀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국가안보팀이 아직도 완전한 진용을 갖추지 못하는 등 더디고 매끄럽지 못한 출발로 우려를 낳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상급 직원 임명 지연과 기밀취급권자 부족으로 최대 국가안보 현안에 대한 준비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정권인수 작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해온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를 위해 275건의 브리핑 자료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북핵 프로그램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맞선 군사작전,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상황을 비롯해 새 국가안보팀이 출범 후 첫 몇 주간 맞닥뜨려야 할 모든 종류의 위협에 대한 1천 페이지에 달하는 기밀자료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의 누구도 차기 행정부의 누군가가 이 자료들을 읽어봤는지 알지 못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가 수전 라이스 현 국가안보보좌관을 4차례에 걸쳐 만나기는 했지만, 이 같은 최고위급 이하 선에서는 트럼프 정권인수위 팀에서 현 NSC와 소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바마 현 행정부와 트럼프 차기 행정부 관리들 모두 정권인수 작업에 장애가 많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양측 모두에게 예기치 못한 결과였다는 데 적지 않은 원인이 있다. 만약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이겼다면, 클린턴 측에서는 수일 내에 NSC에 정권인수위 팀을 배치할 계획이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인수위 주요 인사들이 빈번하게 교체된 것도 이 같은 문제를 초래했다.
대선 기간 정권인수위원장을 맡았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지난해 11월 대선 직후 부위원장으로 강등되면서 트럼프 당선인 측의 인수작업도 늦어졌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2주 뒤에야 NSC와 처음으로 접촉했다.
인수위의 NSC 담당이었던 매슈 프리드먼 역시 중도에 해고됐다. 그를 대신해 전직 국방·국무부 관료인 마셜 빌링슬리가 임명됐지만, 그가 데려온 6명의 직원 중 단 두 명만이 기밀취급권이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 이후부터 트럼프 NSC팀과 회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트럼프 측이 기밀취급권을 다 갖추지 못해 오바마 행정부가 준비한 자료를 볼 수 없었고, NSC는 기밀이 아닌 버전의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12월 중순 들어서는 빌링슬리가 키스 켈로그 예비역 중장으로 다시 한 번 교체됐다. 켈로그는 이달 들어서야 NSC 측과 만났다.
전·현직 미국 관리들은 NSC 인수작업에서 발생한 이 같은 문제는 다른 분야보다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SC는 국무부와 국방부, 미 중앙정보국(CIA) 등 다른 기관들의 판단을 한 데 모아 대통령에게 가장 긴급한 외교정책 현안에 대해 조언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의 데이비드 로스코프 최고경영자(CEO)는 "NSC는 백악관의 중추"라며 "만약 뇌가 작동하지 않으면, 팔다리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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