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채무자도 모두 속았다' 기업형 불법채권추심 적발

입력 2017-01-19 07:35
'법원도 채무자도 모두 속았다' 기업형 불법채권추심 적발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시효가 소멸된 채권을 산 뒤 법원에 위조한 서류를 제출해 받은 채권지급명령을 근거로 채무자에게 돈을 뜯은 불법 채권추심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19일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모(4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장모(25)씨 등 공범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 등은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소멸시효가 지난 12억원 상당의 채권 2천여 장을 헐값에 대량 매입한 뒤 허위 서류를 제출하는 수법으로 법원의 지급명령을 받아내 채무자로부터 3천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지능적인 범행 수법에 채무자는 물론 법원도 속아 넘어간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시효가 지난 채권을 사들인 이들은 먼저 유령 유통회사를 설립하고 신용정보회사에 가입했다.

이후 채무자와 거래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만들어 법원에 제출해 채권지급명령을 받아냈다.

최소 10년이 지나 이미 시효가 지난 채권이었지만 법원은 허위 서류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채권지급명령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곧장 가입했던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채무자의 은행예금, 카드 포인트 등을 조회한 뒤 재산 압류가 가능한 이들을 대상으로 217차례에 걸쳐 채권 추심명령과 예금 압류 소송을 진행하고 300여 명에게 돈을 갚으라는 최후 통첩을 보냈다.

과거 채무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던 다수의 채무자는 법원의 채권 추심명령, 은행예금 등 자산 압류, 채무독촉 전화까지 받게 되자 놀라 돈을 갚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에게 채무 반환 최후 통첩을 받은 피해자는 약 300명, 이중 50여 명이 100만원 안팎을 송금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느 날 갑자기 기억도 나지 않는 채권 채무로 최후 통첩이 오거나 채무 납부 강요 전화가 오면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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