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딜보다 노 딜 낫다' 메이 최후통첩…최대 불안요인에 기름
英 언론들 일제히 'bad deal or no deal' 헤드라인으로 부각
2년내 협상완료 불가능 우려에 '협상 파국' 불확실성까지 보태져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과 '깔끔한' 이혼을 선언했다.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이탈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메이 총리의 전날 연설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덜어내는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핵심 불안 요인에 기름을 부었다.
메이는 "영국을 처벌해 다른 국가들이 같은 길을 가지 않도록 징벌적 협상을 요구하는 일부 목소리가 있다. 이는 유럽 국가들에 재앙적인 자해 행위가 될 것이다. 친구의 행위도 아니다"며 징벌적 태도를 경고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런 태도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영국에 나쁜 딜(bad deal)보다 노 딜(no deal)이 낫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둔다"고 힘줘 말했다.
협상이 뜻대로 안 되면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도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이는 아무런 합의 없이 영국이 EU를 자동 탈퇴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는 뜻이다
가장 염려되는 '질서없는 브렉시트' 가능성을 콕 찍어 꺼낸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전제를 달았기에 기선 제압용 초강수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직접 '협상 파국'을 언급한 대목은 불안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하다.
브렉시트 협상은 양측 모두에 사상 처음이다.
상품·서비스·자본·노동 이동의 자유는 물론 정치·국방·치안·국경 문제 등 EU 온갖 규정을 놓고 다시 관계를 정하는 매우 복잡한 '이혼 협상'이다.
영국이 오는 4월께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해 협상 개시를 통보하면 이 시점으로부터 2년간 협상을 벌인다. 2년 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자동 탈퇴 된다. 다만 양측의 합의로 협상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메이의 '협상 파국' 위협은 2년 내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상당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금융시장에선 새로운 통상관계 협정을 2년 내 마무리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조차 이런 전망 아래 협정이 완료될 때까지 EU 회원국 지위를 일정 기간 유지하는 이행협정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내놓기도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영국 언론은 일제히 이 발언에 주목했다.
보수 일간 더 타임스는 1면 머리기사에 '메이가 EU에게 : 공평한 딜을 주지 않으면 당신은 부서질 것이다'는 제목을 달았다.
브렉시트를 지지한 일간 텔레그래프도 1면 톱기사로 '메이의 대담한 브렉시트 조건들'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고 하단 기사에 '배드 딜보다 노 딜이 낫다'는 제목을 뽑았다.
대중지인 데일리 익스프레스 역시 '영국에 대한 메이의 메시지 : 딜 또는 노 딜. 우리는 EU를 떠날 것'이라는 제목으로 톱기사를 실었다.
대중지 데일리 미러 또한 '우리에게 딜을 달라. 그렇지 않으면 협상 장소를 나갈 것이다'고 보도했다.
대중지 데일리 메일은 톱기사 제목으로 "메이가 EU 단일시장을 떠날 것이라면서 캐머런의 허약한 협상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 배드 딜이면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이다. EU는 대가를 치를 것이다"고 적고 '새로운 철의 여인의 무력'이라고 썼다.
브렉시트를 반대한 일간 가디언도 메이의 '배드 딜, 노 딜' 발언을 부각해 톱기사 제목으로 '유럽에 대한 메이의 위협'으로 뽑았다.
이런 우려를 의식해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은 이날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2년 내 이혼 협상과 새로운 통상관계를 합의하는 데 결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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