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남부서 주택 강제철거 중 유혈충돌…경찰·아랍인 사망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스라엘 당국이 18일(현지시간) 남부 지역에서 불법 주택을 강제 철거하는 도중 유혈 충돌이 발생해 최소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이스라엘 언론과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 경찰이 이날 새벽 남부 네게브 사막 지대의 움 알히란 아랍계 마을에서 주택 8채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 병력의 총격으로 아랍인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이스라엘 경찰은 "철거 집행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을 때 그 남성이 차를 몰고 경찰을 향해 돌진하려고 해서 발포해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의 신원은 야쿠브 아부 알키얀으로 밝혀졌으나 나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또다시 발생한 이스라엘 경찰과 주민 양측의 충돌로 경찰관 1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현지 주민은 경찰이 실탄을 발사하는 등 시위대 해산에 공권력을 지나치게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주민은 또 "그 (사살당한) 남성은 철거 중단을 시도하기 위해 당국자들과 대화를 하려고 차를 몰고 현장으로 가려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경찰의 과도한 진압 여부를 조사하라고 이스라엘 정부에 촉구했다.
그동안 이스라엘 정부는 네게브 사막을 포함한 중남부 일대에서 강제철거를 할 때마다 "그 주택과 건축물은 허가를 받지 않고 지어져 인정할 수 없다"며 철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현지 주민은 건축 허가 신청을 해도 거의 항상 거부를 당한다고 반박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최근 불법 건축물 철거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 20년간 이스라엘에서는 아랍계 주민 가옥 약 5천 채가 철거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움 알히란 지역에서는 주민 약 700명이 유대인 공동체 마을 설립으로 인근 후라 마을로 재배치될 예정이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이 일대를 포함한 네게브 사막 지대에서는 현재 아랍인과 베두인 19만2천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아랍계 주민은 5번째로 많은 인구를 차지하고 있지만, 직업과 주택 면에서 '2등 국민' 대우를 받는다는 불만을 자주 제기해 왔다.
gogo21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