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포·국거리 섞은 4만원대 쇠고기 선물세트도 안 팔려요"
청탁금지법 시행 첫 명절…선물용 한우 수요 급감에 축산농가 울상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600g만 선물하라고 할 수는 없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인 설을 앞두고 한우 농가가 몰린 경북에서 쇠고기 수요가 급감했다.
한우를 선물로 줄 수 있는 금액 상한선(5만원)에 맞추면 선물다운 구성을 할 수 없어 한우가 아닌 다른 품목으로 수요가 옮겨갔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을 시행하면 축산농가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던 농가 걱정이 현실로 나타났다.
19일 안동봉화축협 하나로마트에 따르면 명절마다 대량으로 선물을 사들인 일부 거래처가 이번 설에는 주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왔다.
선물용으로 가장 인기가 많던 등심 가격은 600g에 4만원이 넘는데 선물 상한액에 맞추면 포장 모양새가 살지 않기 때문에 다른 것을 골랐다고 했다.
이 마트에서는 지난해 추석을 1주일가량 앞둔 시기와 비교하면 주문량이 20%가량 떨어졌다. 이런 추세는 설이 다가올수록 더 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동봉화축협은 선물 주문이 줄어 생기는 매출 감소는 올 설에만 2천만원 안팎 될 것으로 예상한다.
축협 관계자는 "매출 감소는 전국 현상이겠지만 공무원 등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는 사람이 많은 수도권이나 대도시 주변 축협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고 이 피해는 축산농가로 그대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동에 있는 새한축산이 잡는 소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1월 모두 1천300마리 소를 잡았다. 하루 평균 65마리를 도축한 셈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하루 평균 36마리 안팎으로 떨어졌다.
이 업체 도축량은 청탁금지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추석을 전후해서 그 이전보다 35%가량 떨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쇠고기 주문이 줄자 축협, 자치단체 등은 축산농가 피해 줄이기를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추석과 비교해 선물세트 주문이 30% 이상 줄어든 영주축협 한우프라자는 금액 상한선에 맞춘 선물세트를 만들었다.
제수용 고기에 육포 등을 섞어 4만9천원대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등심' 위주로 만든 선물세트 대신 올해부터는 불고기, 국거리 등을 섞은 4만5천원짜리도 만들어 판다. 그러나 가격이 싼 선물세트 주문은 많지 않다고 한다.
영주축협 관계자는 "국거리, 불고기 등이 있으면 선물 질이 법 시행 이전보다 떨어지고, 선물을 받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정서 등 영향으로 저가 세트 주문은 미미한 편이다"고 말했다.
마늘소로 유명한 의성에서도 선물용 쇠고기 수요 감소로 도축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나 줄었다.
이에 따라 의성군은 지난 13일부터 수도권 백화점 등에서 깐마늘 등을 사은품으로 주며 '설 명절 의성 마늘소" 판매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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