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식물 본떠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기술 개발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소금기가 있는 땅에서 잘 자라는 염생식물(鹽生植物·halophyte)을 본뜬 방식으로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18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포항공대 이상준 교수 연구팀은 작년 12월 27일 발간된 학술지 'ACS 나노'에 이런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바닷가에서 자라는 대표적 염생식물인 '맹그로브'(mangrove)의 뿌리가 나트륨(Na) 이온을 걸러서 바닷물 소금기의 약 90%를 제거하는 점에 주목하고, 이를 모방한 '담수화 기술'(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해 민물로 만드는 기술)을 고안했다.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로 만든 여과막에 양전하를 띠는 소재인 '폴리알릴아민하이드로클로라이드'(PAH)와 음전하를 띠는 소재인 '폴리소듐스티렌설포네이트'(PSS)를 여러 층으로 쌓는 방식으로 담수화 필터를 제작했다.
염분 농도가 보통 바닷물의 6분의 1 수준(몰농도 0.10 mol/ℓ)인 염화나트륨(NaCl) 수용액을 만들어 이 필터에 통과시켰더니 약 96.5%의 나트륨 이온이 걸러졌다.
또 사흘간 실험하는 동안 시간당 유량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됐다. 이는 막이 오염되거나 막혀 시간당 유량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아 지속적 필터링이 가능함을 뜻한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형산강 물이 흘러 들어가는 포항 앞바다의 바닷물(몰농도 0.31 mol/ℓ)을 직접 길어서 여러 차례 필터링해 본 결과 실제 바닷물도 이 방법으로 담수화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책임자인 이상준 교수는 "염생식물을 본뜨는 '생체모방'(biomimetics)을 통해 별도의 후처리 과정 없이 해수를 지속적으로 담수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역삼투(reverse osmosis) 방식 담수화 기술은 높은 에너지 소비, 별도 후처리 공정, 막의 막힘 등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나,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제작과정이 간단하고 소규모 설비로도 구동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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