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주력탱크 레오파르트 '무적' 신화 무참히 깨졌다
터키, IS 상대 시가전서 레오파르트 최소 10대 손상 수모
장갑 등 방어력 약한 구형, 시가전 투입 애초부터 '무리'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독일을 중심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주력 탱크(MBT)로 자리매김한 독일제 레오파르트 2 탱크의 '무적'(indestructible) 신화가 깨져 독일이 큰 충격에 빠졌다.
16일(현지시간) 미군 기관지 성조지, 독일 일간 디벨트 등 외신에 따르면 시리아 북부에 남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근거지인 알바브 탈환전에 나선 터키군은 지난달 22일 전투 과정에서 적어도 10대의 레오파르트 2 탱크가 파괴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터키 국경에서 남쪽으로 25㎞ 떨어진 알바브 탈환전에서 터키군은 러시아군 전투기의 항공지원 아래 전투를 펼쳤으나 IS의 거센 저항으로 알바브 장악에는 실패했다.
특히 알바브 외곽 시가전에서 터키군이 선두에 내세운 레오파르트 탱크 가운데 적어도 10대가 IS가 보유한 미국제 토우(TOW)와 러시아제 코넷 등 대전차 미사일에 대파됐으며, 두 대는 포획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또 이 전투에서 터키군은 35명의 전사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당국은 이 전투에서 터키군 15명이 전사했지만, IS 전사자는 67명이라고 주장했다.
대파당한 터키군의 레오파르트 2 탱크는 30년 전에 생산된 2A4 모델로 폭발 위협에 대한 생존성이 강화된 혼합장갑이나 날아오는 적의 대전차 미사일이나 대전차 로켓포(RPG)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능동방어체계(APS)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방어력이 현저히 떨어진 '구형'이라는 얘기다.
독일군은 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대 2천100대의 레오파르트 2 탱크를 공급받아 실전에 배치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 국방예산이 많이 줄어들면서 독일군은 120mm 활강포를 장착해 화력을 대폭 향상하고 모듈식 반응장갑과 지뢰 방호 능력 등 방어력도 크게 개선한 2A7 모델 325대만 운영 중이다.
3세대 탱크인 2A7 모델은 무게 55.1t, 길이 7.7m, 너비 3.7m, 높이 2.46m에 최대 시속은 72㎞나 된다. 탑승 인원은 4명이다.
지금까지 3천 대 이상이 생산된 이 탱크는 독일 외에도 오스트리아, 터키, 덴마크, 그리스,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등에 수출됐다. 특히 폴란드 등 일부 국가는 독일군이 운영하지 않는 잉여 레오파르트 2 탱크를 싼값에 도입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MiA2 에이브럼스와 영국의 챌린저 2와 함께 '명품 탱크'로 알려진 레오파르트 2 탱크의 성능이 비상한 시선을 끈 것은 2003년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캐나다군에 소속된 레오파르트 2탱크 한 대가 탈레반 반군이 설치한 대형 대전차 지뢰 폭발에도 아무런 인명 피해 없이 경미한 손상만 입으면서 '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군사 전문가들은 애초 독일 대평원을 질주하는 옛 소련군 장갑대열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 제작된 레오파르트 2를 터키군이 알바브 시가전에 투입한 것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 탱크의 전면과 포탑 부분의 장갑이 뒷면보다 두꺼운 점을 간파한 IS가 뒷면을 대전차 미사일로 공격한 것이 주효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IS는 레오파르트 2 탱크 대파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터키군을 조롱했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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