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여성, 취임 사흘 앞둔 트럼프 명예훼손으로 제소
'사실 아니다'는 발언 취소하면 소송 취하…안 그러면 탄핵·재판 등으로 압박 시사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지난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미국 40대 여성이 대통령 취임을 불과 사흘 앞둔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을 명예훼손으로 제소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서머 저보스(42)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명예훼손을 이유로 트럼프 당선인을 상대로 뉴욕에 있는 법원에 소송을 걸었다고 밝혔다.
저보스는 2005년 방송 진행자와 나눈 '음담패설 녹음 파일'이 공개된 바람에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 선거 운동 중 최대 고비에 몰린 당시, 그에게 과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최소 8명의 여성 중 한 명이다.
저보스와 그의 법률대리인인 글로리아 올러드 변호사는 저보스의 발언을 트럼프 당선인이 트위터에서 '100% 가짜이며 그를 호텔에서 만난 적도, 부적절하게 인사한 적도 없다'고 전면 부인하자 해당 발언의 취소를 요구해왔다.
이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해당 발언을 취소한다는 말이 전혀 없자 '시간은 끝났다'면서 명예훼손으로 트럼프 당선인을 재판에 부쳤다.
눈물을 머금고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저보스의 발언을 트럼프 당선인이 전면 부인해 저보스의 명성, 명예, 존엄성에 해를 줬다는 이유에서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저보스가 자발적으로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 응해 통과했다고 전했다.
저보스는 트럼프 당선인을 유명 인사로 만든 TV 서바이벌 프로그램 '어프렌티스'(견습생)에 출연해 트럼프 당선인과 안면을 텄다.
그는 2007년 구직 문제를 상의하고자 트럼프를 접촉했고, 첫 만남에서 헤어질 때 트럼프가 자신의 입술에 키스하고 전화번호를 물었다고 작년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첫 만남 몇 주 후 트럼프의 초청으로 베벌리 힐스의 한 호텔에서 이뤄진 두 번째 만남에서 저보스는 트럼프가 강압적으로 자신의 입을 벌려 키스하더니 가슴에 손을 댔다고 주장해 파장을 불렀다.
저보스는 이번에 낸 소장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금전적인 보상 또는 징벌적 손해 배상을 요구하진 않았다.
올러드 변호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고 저보스에게 한 행동을 인정하면 저보스는 소송을 취하할 것"이라고 했다.
올러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끈 폴라 존스 사건처럼 트럼프 당선인을 탄핵 위기로 몰아갈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의회를 이끄는 공화당이 상당히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동반자 관계를 제쳐놓고 트럼프 당선인에게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성 추문을 이유로 미국 하원이 1998년 클린턴 전 대통령을 탄핵 소추했던 일을 거론하며 트럼프 당선인의 태도 변화를 압박한 셈이다.
올러드 변호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도록 모든 방법을 시도할 것이며 음담패설 녹음파일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 발췌본도 증거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왜 하필 취임을 사흘 앞둔 이날 명예훼손 소송 기자회견을 했느냐는 물음에 올러드 변호사는 "왜 지금이냐고요? 내 대답은 '왜 지금은 안되나요?'라는 겁니다"라면서 "지구에서 가장 힘 있는 남자를 제소하는 데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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