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교과서 집필거부' 움직임에 출판사들 입장차(종합)

입력 2017-01-18 18:17
수정 2017-01-18 21:54
'검정 교과서 집필거부' 움직임에 출판사들 입장차(종합)

"집필차질 우려" vs "일부 의견"…검정심사에는 다수 참여할 듯

(세종=연합뉴스) 이윤영 고유선 기자 = 고교 한국사 교과서 저자들이 새 검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과서 개발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집필자협의회(한필협)는 최근 모임을 열고 교육부가 내년부터 국정 역사교과서와 혼용해 사용하도록 한 검정교과서 제작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 7종(교학사 제외)의 집필진 40여명으로 구성된 한필협은 이날까지 필진의 의견을 취합한 뒤 이르면 이번 주중 성명을 낼 계획이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저자인 도면회 대전대 교수는 "(집필 거부와 관련된) 성명서 초안을 작성했으며 19∼20일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진 가운데 일부도 이미 집필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한국사 교과서 저자들이 집필거부에 나선 것은 정부가 검정교과서 집필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국정교과서와 다를 바 없는 검정교과서를 써야 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3월부터 교육 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 정부가 현행 1년6개월인 검정 기간을 1년으로 줄인 것 또한 교과서 완성도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집필거부의 이유를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집필기간도 부족한데 저자들마저 집필 거부를 선언하면 교과서 개발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제 집필자 선정 권한을 가진 출판사들의 경우 집필자들과는 미묘하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발간해 온 A출판사 관계자는 "집필거부 선언은 한필협 일부의 의견으로 보인다"면서 "다양한 의견을 한쪽의 의견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내부적으로 필자를 섭외하고 개발을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B출판사 관계자도 "우리 역시 검정에 참여하기 위해 일단 준비는 하고 있다"며 "우리 교과서 작업에 참여하던 집필진 중에서 집필을 안하겠다고 연락해온 분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C출판사 관계자 역시 "아직 정부에서 집필기준이 나오지 않아 참여할지, 말지 결정하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봤을 때 저자분들이 그분들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무늬만 국정교과서'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들 한국사 교과서 출판사 가운데 대다수가 이번 검정 심사에 다시 참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교육부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데다, 교과서 시장에서 빠질 경우 자습서, 참고서 등 부수교재 판매도 줄줄이 접어야 하는 등 사업적 측면에서 타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가 필수로 지정되고, 최근 '한국사 강의'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끄는 등 한국사 시장이 모처럼 열린 것도 출판업계에는 '호재'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무늬만 검정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출판사들은 조금씩 다른 견해를 보였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박정희 관련 서술이 9쪽인데 우리는 3∼4쪽만 넣을 거다. 집필기준을 준수하되 균형을 맞추면 된다"며 "어차피 조기 대선이 치뤄지면 정치 상황이 바뀔 수 있다. 검정 심사는 어차피 그 이후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출판사 관계자는 "부정적인 국민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출판사는 회사 이미지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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