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법원, '명예살인' 내세워 딸 살해한 엄마 사형 선고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가족의 허락 없이 결혼해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딸을 불태워 살해한 여성에게 파키스탄 법원이 사형을 선고했다.
17일 현지 일간지 돈(DAWN)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라호르 특별법원은 지난해 6월 자신의 집에서 딸 지나트 라피크(당시 18세·여)의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라피크의 모친 파르빈 비비에게 전날 사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또 비비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비비의 아들 아니스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라피크는 지난해 5월 말 사귀던 남자친구 하산 칸과 법원에 혼인 신고를 하고 집을 떠나 도피했다.
펀자브족인 라피크와 달리 칸은 파슈툰족이었고 라피크의 가족은 이 둘의 결혼을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도피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라피크 가족은 결혼식을 올려줄 테니 일단 집으로 돌아오라고 이들에게 연락했다.
이를 믿은 라피크가 집으로 돌아오자 비비는 결혼식 준비를 하는 것처럼 이들을 안심시킨 뒤 결혼식 하루 전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비비는 수사기관에서 "가문에 수치를 줬기에 딸을 살해했다"면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에서는 혼외 성관계, 부적절한 의상 착용, 배교 등으로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가족 구성원이 다른 가족 구성원을 살해하는 '명예살인'이 2015년에만 1천 건 이상 벌어졌다. 희생자 대다수는 여성이었다.
특히 다른 희생자 가족이 범죄자를 용서하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법에 따라 명예살인 범죄자 대부분이 처벌되지 않으면서 이 문제는 파키스탄 안팎에서 많은 논란이 됐다.
파키스탄 의회는 지난해 10월 명예살인 처벌 강화법을 통과시켜 명예살인을 25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했으며 희생자 가족이 가해자를 용서하더라도 처벌을 피하지 못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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