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사우디 성지순례 재개 논의할 듯…관계개선 주목
외교 단절 1년 만에…이란 "양자회담 하자는 사우디 제안에 응답"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정부는 정기 성지순례(하지)를 재개하기 위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제안에 답장을 보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란 성지순례기구는 "이란의 올해 성지순례 재개를 위한 양자회담을 하자는 사우디의 요청에 응했다"며 "사우디 정부에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외교관계가 단절된 양국이 이슬람 최대의 종교 행사인 성지순례를 고리로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에 나설 명분이 마련됐다.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16일 "일부 편견과 달리 이란은 사우디 왕정가 붕괴하기 원하거나 전복하려는 공작을 하지 않는다"며 "사우디 왕정이 무너지면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자)와 같은 극단주의가 분열된 사우디의 대부분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면서 사우디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란은 지난해 사우디 메카에서 치러지는 정기 성지순례에 자국민을 보내지 않았다.
이란은 2015년 9월 성지순례 도중 발생한 압사 참사에서 자국민이 최소 460명 사망했다면서 사우디 정부에 안전 대책을 요구했지만 외면했다면서 사우디에 책임을 돌렸다.
사우디는 이에 대해 이란이 성지순례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반박하면서 양국이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해 지난해 이란 국적자의 성지순례가 무산됐다.
앞서 이란은 2015년 4월 초 이란 10대 소년 2명이 사우디로 비정기 성지순례(움라)를 다녀오다 제다 공항 검색대에서 직원에게 성추행당한 사건이 나면서 움라도 중단했다.
이란에선 정기 성지순례에 매년 평균 6만4천여명이 참가한다.
이란은 1987년 사우디 경찰과 이란 성지순례객의 대규모 유혈충돌에 항의하는 뜻으로 1988년과 1989년 성지순례를 중단했다. 이 충돌로 최소 402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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