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고아' 고선웅 연출 "블랙리스트 거론 전혀 몰랐다"
"정치적·종교적 성향 작품에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제 이름이 블랙리스트에 오르내리는지는 전혀 몰랐죠. (제 작품 때문에 올랐다는데)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입니다."
고선웅 연출은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가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덕분에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된 사실이 알려진 데 대해 자신이 왜 블랙리스트에 올랐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씨고아' 개막을 앞두고 17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고 연출은 "나는 정치적이나 종교적 성향을 작품에서 드러내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극장에는 무작위로 사람들이 오는데 그 사람들의 성향을 다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이유로 과거 '한국인의 초상' 같은 작품을 할 때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은 다 뺐다"고 설명했다.
고 연출은 또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려 극장에 오는데 (정치색을 드러내면) 카타르시스를 주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지난 9일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2015년 박민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고 연출의 '조씨고아'를 본 뒤 작품이 너무 좋다며 고 연출을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을 (청와대에)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도 의원에 따르면 고 연출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연극 '푸르른 날에' 때문에 블랙리스트에 올랐으나 박 1차관의 건의 이후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됐다.
고 연출은 "청문회 당시 사람들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고 깜짝 놀랐는데 결과적으로 그 내용이 우리에게는 나쁠게 없었다"면서 "(초연 때 세상을 떠난) 임홍식 선생이 하늘에서 우리에게 선물을 주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 연출은 "(연극계에서는) 내가 큰 극장과 같이 일을 많이 하니 블랙리스트에 오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하니 이제 나도 떳떳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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