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책의 전쟁'…"이래서 출마" 대선주자들 출간 러시
文 '대한민국이 묻는다'·潘 'UN백서'…사실상 대선 출정식
전문가 "정치인 책은 참고자료일 뿐, 행적으로 판단해야"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박수윤 기자 =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여야 대선주자들 사이에 '저서 전쟁'이 불붙고 있다.
공식적으로 대선 출사표를 던지기에 앞서 자신의 국정철학과 비전을 알리고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일종의 '예비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북 콘서트와 출판기념회의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상대주자에 대한 '품평' 또는 비판하는 기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사실상의 '대선 출정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야권의 선두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담 에세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출판 기념 간담회를 열었다. 다음 달 4일에는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책 출간을 기념해 북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당장 회고록을 낼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유엔을 무대로 한 반 전 총장의 활약상을 담은 'UN 백서' 영문본이 오는 2월 국문본으로 번역돼 나온다.
반 전 총장 측으로서는 국제사회의 복잡다기한 현안과 분쟁을 해결해온 세계적 지도자임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탄핵정국을 거치며 야권의 주요 주자로 자리매김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13일 '대한민국을 혁명하라'를 출간했다. 대선 출사표를 던진 이후 직접 쓴 첫 번째 책으로 '공정국가'에 대한 구상을 소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설 연휴가 지나면 국가의 경제정책을 다룬 '이코노믹스'를 출간할 예정이다. 최근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오는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최근 출간한 저서 '우리가 가야 할 나라, 동반성장이 답이다'의 출판기념회를 한다.
대선출마 선언을 앞둔 남경필 경기지사는 정책비전을 담은 에세이집 집필의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출간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설 이후에는 세상에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오는 2월 '약탈경제를 넘어 공존의 경제로'(가제)를 출판한다. 지난해 대한민국 정치를 주제로 펴낸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에 이어 '공존'을 키워드로 한 두 번째 책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해 11월 자전적 성격의 저서인 '안희정의 함께, 혁명'을, 10월에는 정책비전을 담은 '콜라보네이션'을 펴내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10월 정계복귀를 선언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책 '나의 목민심서-강진일기'를 들어보였고, 이후 전국에서 북 콘서트를 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당초 12월 대선이 치러진다고 보고 공정성장론, 교육개혁, 과학기술혁명에 대한 생각을 펴내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조기대선이 가시화하며 출판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5일 대선 출마를 예고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역시 당초 지난해 여름께 회고록 출간을 준비했으나 현재는 작업을 중단했다.
과거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펴낸 책들은 대체로 서점가에서 냉담한 반응을 받아왔지만 유력 주자들의 저서는 크게 인기 몰이를 했던 전례가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2011년 냈던 '문재인의 운명'은 발간되자마자 초판 1만5천부가 모두 출고되면서 단숨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안철수 전 대표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냈던 '안철수의 생각'은 발간 하루 만에 책이 모두 동날 정도로 큰 인기를 끌면서 3일 만에 12만 부가 출고됐고, 현재까지 70만부 정도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0년 영국에 머물면서 쓴 자서전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로 정계복귀의 명분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60만부가 판매되기도 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잇따르는 출판 러시에 대해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출판은 한국정치에서 일상적인 현상"이라며 "합법적인 기부금 모집 통로라고 깎아내릴 필요는 없겠지만, 대단히 의미 있는 행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집필을 통해 본인의 국정철학을 가다듬었을 테니 유권자에게 대권주자의 생각을 내다볼 참고자료 정도는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정치인의 콘텐츠는 과거 정치 행위와 행적을 통해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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